[데스크 칼럼] 고사 위기 전문 체육…‘올바른 처방 필요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전후해 한때 ‘세계 톱10’에 자리했던 대한민국 체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으로 일컫는 전문체육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10위를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8위까지 32년간 아홉 차례의 올림픽 중 2000년 시드니 대회(12위)를 제외하곤 여덟 차례 ‘톱10’에 들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직전 2021년 도쿄 대회서 16위로 추락했고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는 20위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규모인 140명 안팎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기 종목 가운데는 단골 출전했던 축구, 배구, 하키 등이 출전권을 얻지 못한 가운데 여자 핸드볼만이 유일하게 출전할 정도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는 잘못된 체육정책과 저변 약화, 시대 상황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의 딸 부정 입학 사건을 계기로 한국 체육은 대변환기를 맞았다. 전문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의 최저학력제 도입, 전국대회 출전 횟수 제한, 특기자에 대한 대학입시제도 변경, 스포츠인권위 설립 등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정책 변화의 홍수 속에서 전문체육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됐다. 저출산에 따른 저변 약화도 일조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대한민국 전문체육이 붕괴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체육 정책을 주도하는 전문 기관이 없는 데다 체육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쏟아내는 ‘땜질식 처방’이 쇠퇴를 부추겼다. 정치가 체육을 지배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세계 ‘톱10’을 허문 것이다. 이에 체육계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은 죽었다’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체육계 현실은 역주행이다. 최근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인기 프로스포츠는 물론이고 웬만한 아마추어 종목 선수 영입비와 몸값이 수억원에 이른 지 오래다. 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스포츠 시장의 인플레이션 속 선수들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치솟은 몸값에 비해 국제 경쟁력은 점점 하락해 ‘우물 안 선수’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한국 체육이 국제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였던 것에 대해 체육인들은 부단한 노력과 강한 정신력을 꼽는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열세임에도 스포츠 강국이 됐던 것은 오직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인권 강화와 생활체육에 편중된 정책으로 이제 이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과 선수의 인권을 무시한 강압적인 훈련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대체할 과학적인 지도와 스포츠로 꿈을 이루려는 선수들을 위한 맞춤 정책 마련 등 규제보다는 생태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위기의 대한민국 체육이 소생할 수 있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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