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어지고 깊어진 ‘세계 박물관 한국실’

사지원 기자 2024. 5.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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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4m, 세로 2m 크기의 10폭 병풍에 책과 화병, 회중시계 등 각종 물건이 그려져 있다.

K팝과 K드라마·영화 등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한국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편을 마친 영국박물관 한국실은 청동기시대 세형동검부터 조선시대 금속활자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문화유산 190점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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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위상에 해외 관심 커져
美시카고박물관, 면적 3배로 확장
보스턴미술관선 K컬처 집중조명
네덜란드-영국서도 韓 전시 늘려
이달 재개관한 미국 휴스턴박물관 한국실에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용무늬 청화백자 항아리’(맨 오른쪽) 등이 전시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가로 4m, 세로 2m 크기의 10폭 병풍에 책과 화병, 회중시계 등 각종 물건이 그려져 있다. 3단, 5칸의 책장을 10폭 병풍에 담아낸 19세기 조선 그림 ‘책가도’다. 각종 기물을 화면 가득 배치해 화려하고 풍성한 인상을 준다. 책가도는 다양한 책과 골동품을 즐기던 조선 문인들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책가도를 비롯한 유물 14건, 24점을 올 11월 확대 개편되는 미국 시카고박물관 한국실에 대여한다. 애초 27.5㎡에 불과하던 시카고박물관 한국실 면적이 90㎡로 3배 넘게 확대됨에 따라 대여 유물 수를 늘린 것.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해외에서 한국 미술을 주류 미술의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영화 등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한국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한국실 또는 한국 전시 코너를 둔 해외 박물관 수는 1990년 9개국 32곳에서 올해 5월 22개국 70곳으로 늘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해외 한국 전시실 수도 2009년 1개국, 1개관에서 올해 9개국, 21개관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해외 한국 전시실에 예산을 지원하고 유물을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 재개관한 미국 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용무늬 청화백자 항아리’ 등 조선시대의 삶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품 33건, 35점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시대별로 심화된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의 한국 전시 코너도 다음 달부터 확대된다. 한국 유물 진열장을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조선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처음 전시한다. 신소연 연구관은 “현재 아시아관에서 전시 중인 중국, 일본 불상들과 대등하게 한국 불상을 소개할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미술관은 올해 3월부터 7월 28일까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진행한다. 의상, 소품, 사진 등 25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한국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해외 한국실 개편 과정에서 K팝 스타와의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걸그룹 뉴진스가 최근 영국박물관 내 한국실 전시품을 소개하는 음성 가이드를 녹음한 게 대표적이다. 청자 꽃무늬 정병과 1300년대 고려 상감 청자, 조선 백자 달항아리 등에 대한 한국어 설명이 흘러 나온다. 지난해 10월 개편을 마친 영국박물관 한국실은 청동기시대 세형동검부터 조선시대 금속활자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문화유산 190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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