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라는 건 없다…단지 열심히 준비할 뿐”
이도윤(28)은 한화 더그아웃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 중 한 명이다. 흐름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파이팅’을 외친다.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이도윤은 “소리를 많이 질러야 흥이 나는 스타일”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번 시즌 초반엔 유격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개인적으로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목소리의 크기는 줄지 않았다. 이도윤은 “이기고 있을 땐 이기고 있으니까 더 밝게 해주고, 지고 있으면 역전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더 밝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론 잠시 선발 기용됐으나 신인 황영묵과의 경쟁에서 밀려 다시 후보로 돌아갔다. 그는 “일단 경기에서 이기려면 그 시기에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며 “언젠가 내 차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신 연습량을 크게 늘렸다. 어느 자리든 들어갈 수 있도록 유격수뿐 아니라 2루수, 3루수 수비 훈련까지 소화했다.
이도윤은 “경기 후반 어느 위치로 나갈지 몰라 1루 제외 내야 전 포지션 훈련을 꾸준히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부터 29일 대전 롯데전까지 8경기 연속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도윤은 최근 8경기에서 타율 0.345, 6타점, OPS 0.751을 기록했고, 팀은 7승1패의 성적을 거두며 중위권 도약의 동력을 만들었다. 시즌 타율도 0.302로 준수한 가운데 47경기를 치른 현재 15타점을 올려 이미 지난해 기록(13타점)을 뛰어넘었다. 공격에선 데뷔 첫 세 자릿수 안타가 목표다. 이도윤의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개수는 지난 시즌 78개다.
최근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주석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그의 입지도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일단 ‘내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하진 않는다”며 “매 경기가 정말 소중한 입장이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내 자리라는 건 없다’는 그 마음가짐이 이도윤의 자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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