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꾼들의 놀이터 된 스팩 상장
‘미래에셋비전스팩4호’가 상장 첫날인 지난 29일 주가가 200%가 넘게 출렁이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스팩(SPAC)이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증권사가 설립해 통상 코스닥에 상장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다. 스팩은 합병이 유일한 목적인 서류상 회사라 합병 전까지는 통상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장을 호재로 삼아 요동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4호는 한때 공모가 대비 254% 오른 7080원까지 급등했다가 오후 들어 주가가 힘을 잃으며 급락세를 보였다. 결국 시초가보다 낮은 22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거래량은 폭발했다. 이날 ‘미래에셋비전스팩4호’의 거래량은 2억702만주로 전체 1위, 거래 대금은 1조695억원으로 삼성전자 다음인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SK하이닉스(6258억원)보다 많았다.
◇'단타 놀이터’로 전락한 스팩 상장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최근 신규 상장한 스팩주들의 과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팩은 통상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당일 가격 제한 폭이 기존 공모가 대비 260%에서 400%로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장일 가격 제한 폭 확대 이후 상장한 스팩들이 상장 첫날 이례적으로 급등하자 가격 상승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6일부터 올해 5월 29일까지 상장한 스팩은 총 39종목이다. 이 중 지난해 7월 상장된 교보14호스팩은 240.5%, DB금융스팩11호는 121.8%의 무려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보인 스팩도 10종목에 달한다. 올해 상장된 스팩 중에선 지난 3월 상장된 ‘하나32호스팩’이 25%로 상승률이 가장 컸다.
그러다 보니 상장 당일 주식 관련 토론방에서는 “스팩 단타 들어가자!”는 글 등이 속속 올라온다. “매도 완료, ΟΟ만원 벌었음. 단타 할 만하네” 등의 인증 글도 올라온다. 그러나 상장일 오후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스팩주는 하루 이틀 사이 공모가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팩 주가에 낀 거품은 빠지는 속도도 빠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지분율 희석을 우려해 주가가 비싼 스팩과 합병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합병 이전 스팩은 실체가 없는 껍데기 회사에 불과한데 단타족들이 몰려들며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스팩 주가가 출렁여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청약 경쟁률 2390 대 1까지 올라
스팩의 경우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하면, 해당 비상장 기업은 스팩을 통해 증시에 우회 상장할 수 있다. 그런데 스팩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3년 내에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산되고 스팩 주주한테 내부에 있는 자산을 돌려준다. 그래서 공모가 정도의 원금 회수는 가능하지만, 주식을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샀다면 원금을 모두 회수하지는 못한다.
스팩 청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9일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4호의 청약 경쟁률은 687대1, 지난 17일 상장한 KB스팩28호의 청약 경쟁률은 713대1이었다. 앞서 지난달 상장한 하나스팩33호의 청약 경쟁률은 2248대1, 신한스팩13호는 1725대1이다. 지난 3월 상장한 하나스팩32호는 2390대1로, 이는 지난 2009년 스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 경쟁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가 밑에서 안전 마진을 확보한 스팩 투자는 매력적”이라면서도 “스팩은 수량이 적고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가 널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팩(SPAC)
스팩(SPAC)은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영문 약칭이다. 3년 안에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말한다. 공모 펀드처럼 일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증시에 상장해 거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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