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유의 ‘이것’ 사라졌다” 7년만에 복귀 ‘반도체 구원투수’가 놀란 이유
“조직 기강 세워 최고 반도체 기업 위상 되찾겠다”
“7년 만에 다시 돌아와보니 우리(삼성)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
지난 21일 ‘원 포인트’ 인사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맡은 전영현(64) 디바이스설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취임 후 첫 일성으로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반도체 부문 핵심 요직을 거쳐, 2017년 삼성SD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15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경쟁사에 밀리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최대 적자 기록... 거센 도전 받아”
30일 전 부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는 삼성 반도체가 처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래 계획과 포부를 밝히는 여느 취임사와 달리 간결한 표현으로 조직에 경각심을 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은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LSI(비메모리)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고 했다. 인사 당일 오후부터 곧바로 사업장으로 출근한 전 부회장은 거의 쉴 틈 없이 회의를 주재하며 사업부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반도체 사업 자체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느슨해진 조직 문화를 다잡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복귀 후 삼성 특유의 치열함이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을 최근 주변에 한다”며 “그의 집요한 질문에 대답하느라 임원들이 진땀을 흘린다”고 전했다.
전 부회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IT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연간 14조88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주도권은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AI 시대를 맞아 최고 기업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 부회장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사업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으로 이 같은 어려움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했다.
◇내부 기강 다잡기 나서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업무 시작 이후 사업 방식과 조직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가 최신 장비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는 관행이 만들어지면서 반도체 설계 능력이 떨어지고, 비용 절감에 대한 절박함도 사라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싼 장비를 들여오면 단기간에는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사람의 노하우가 중요한 반도체 설계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삼성 반도체가 수율이나 발열 문제로 고전하는 것도 이런 문제가 쌓인 것이라는 게 전 부회장의 진단”이라고 말했다. D램 전문가인 그는 반도체 설계와 기본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D램 개발 팀장 시절 반도체 설계를 간단하게 해 생산 효율을 높이자는 분위기 속에서도 임원들과 마찰까지 빚으며 “설계의 기본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한 뒤에도 내부적으로 “설계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님’ 또는 ‘프로’라는 호칭 문화도 바꿀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삼성SDI로 옮긴 2017년부터 삼성전자는 직원 간 호칭을 ‘○○님’ 또는 ‘○○프로’로 바꾸고 반드시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일반 직원 간에는 지금처럼 ‘님’ 호칭을 쓰지만, 경영진 회의에서는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호칭을 바꿀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통 문화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 할 말을 못 하는 상황도 생긴다”며 “이런 문화를 바꾸겠다는 게 전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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