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그때 영월 동강댐을 지었더라면
홍수 방어 원격 지원하려던
화천댐 동원할 수밖에
남한강 ‘홍수 취약’ 보강 못해
댐 건설 반대 운동이 남긴
한강의 물 관리 취약성
한강엔 북한강 쪽으로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의 수력발전소 네 곳이 있다. 맨 상류 화천댐이 저수량 10억1800만㎥로 제일 덩치가 크다. 수력 댐은 일종의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평소 수문을 잠그고 있다가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수문을 개방해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화천댐은 요즘 24시간 고르게 물을 방류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 상시 방류를 시범 실행해왔고 작년 10월부터는 효과를 평가하는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화천댐 수문 운영에 변화를 준 원래 취지는 남한강 홍수 방어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북한강 댐이 남한강 홍수 저지에 활용된다는 것이 얼핏 이해는 되지 않는다. 한강엔 북한강 소양강댐(저수량 29억5000만㎥)과 남한강 충주댐(27억5000만㎥)의 두 다목적댐이 있다. 두 댐이 한강 유역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문제는 두 댐의 크기는 비슷한데 충주댐 유역 면적(6648㎢)이 소양강댐(2703㎢)의 2.5배나 된다는 점이다. 충주댐은 그만큼 많은 강수량을 감당해야 하고 홍수 제어 능력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남한강 유역 여주 시민들은 여름 호우 때마다 충주댐 방류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여주대교 수위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작년 7월에도 여주와 양평 일대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1990년 9월엔 한강 대홍수로 일산 제방이 붕괴된 일이 있다. 당시 영월도 큰 피해를 봤고 수해 지구를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지역에서 댐 건설을 탄원했다. 그 후 추진된 충주댐 상류의 동강댐 건설은 환경운동권의 거센 반대로 좌절됐다. 2018년 국토부로부터 댐 운영을 넘겨받은 환경부는 충주댐의 ‘홍수기 제한 수위’를 낮춰 홍수 방어력을 키우는 방안을 강구했다. 매년 6월 20일~9월 20일 기간엔 수위가 그 이상을 넘어선 안 된다는 기준이다. 그래야 집중호우 때 댐에 물을 담을 여유 공간을 갖게 된다.
문제는 그만큼 용수 공급 능력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름에 수위를 낮춰 놓으면 겨울 갈수기와 봄 영농철에 하류로 내려보낼 물이 부족해진다. 충주댐 홍수기 제한 수위를 기존 138m에서 135m로 낮출 경우 저수량에서 2억3000만㎥ 손해를 본다. 이 부족분을 북한강 화천댐을 활용해 보전한다는 구상이 나왔다. 발전댐을 다목적댐으로 기능을 바꿔 한강 전체의 용수 공급 능력을 유지한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작년 3월 삼성전자의 경기도 용인 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로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는 세척·냉각 등 과정에 엄청난 물을 필요로 한다. 용인엔 남사읍 삼성 클러스터 말고도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도 추진되고 있다. 삼성 클러스터는 하루 80만㎥, 하이닉스 클러스터는 30만㎥의 물을 필요로 한다. 두 클러스터를 합치면 소양강댐·충주댐 하루 용수 공급 능력(1000만㎥)의 10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먼저 추진돼온 하이닉스 원삼면 클러스터는 남한강 여주보까지 하이닉스가 직접 관망을 설치해 하루 30만㎥씩 끌어다 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여주 시장이 강짜를 놔 한동안 골치를 썩였다. 삼성의 남사읍 클러스터가 필요로 하는 80만㎥는 대구시에 공급되는 상수도 규모다. 이건 정부가 직접 맡아 관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팔당 광역 상수도 관망을 분기시켜 20만㎥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2035년까지 신설 관망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조8000억원이 든다.
그러나 소양강댐·충주댐 용수 공급 능력은 2035년 기준 하루 5만㎥밖에 여유가 없다. 두 반도체 클러스터에 110만㎥를 대줄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다목적댐으로 기능을 바꾼 화천댐 저수량에서 끌어와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서 화천댐의 원격 지원을 받아 충주댐 수위를 낮추기로 했던 애초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환경부는 화천댐의 다목적댐 전용으로 한강의 홍수 방어력을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은 한다. 하지만 화천댐이 팔당 하류 한강 본류 구간의 홍수 위험을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남한강 유역 홍수를 막아줄 수는 없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 너무나 중요한 산업이다. 경쟁 상대인 대만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농업용수 공급을 끊고 반도체 공장으로 물을 공급했다. 우리도 반도체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월 동강댐(저수 용량 7억㎥)을 지어놨더라면 한강이 지금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몰리진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극한 가뭄, 극한 호우가 닥쳤을 때다. 기후변화로 더 자주 그런 위기가 찾아온다지 않는가. 동강댐 문제를 다시 논의해볼 때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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