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새기다, ‘목화솜 피는 날’[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담담하지만 단단하게.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단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가만히 보고 듣다보면 어느 순간 보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어 아로새겨진다.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목화솜 피는 날’(감독 신경수)이다.
‘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사고로 죽은 둘째 딸과 함께 사라진 기억과 멈춘 세월을 되찾기 위해 나선 가족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소방서 옆 경찰서’ 등을 연출한 ‘스타PD’ 신경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이지원, 박서연 등이 출연했다. 또한 세월호 선체 내부가 담긴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다.
담백하지만 묵직하다. 신경수 감독은 눈물을 강요하는 이야기 구성 대신 세월호 사고 10년 후 유가족인 ‘병호’(박원상)와 아내 ‘수현’의 일상에 뷰파인더만 들이댄다. 기억을 잃은 ‘병호’와 기억을 외면하려는 ‘수현’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사고 이후 유가족들의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또한 유가족 사이 벌어졌던 균열이나 이들을 둘러싼 대중의 외면, 혐오어린 말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이들의 10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짐작케 한다.
유가족 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던 진도 거주민들의 아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들도 다뤄진다. 단순히 304명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애도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과 변화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생각해볼만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엔딩크레딧 이후 ‘병호’가 인양된 세월호 선체 내부를 또 다른 학생들에게 견학시키고 설명하는 장면은 애도하고 기억하는 걸 넘어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워낙 인상적이고 여운이 강력한 터라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여러 생각이 끊이질 않게 한다.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등 배우들은 극 안의 캐릭터로서 생생하게 존재한다. 검증된 연기력과 앙상블로 작품의 흡인력을 배가한다.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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