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권력 무릎 꿇린 낸 골딘

2024. 5. 3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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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미국 상류층 출신의 포토그래퍼로 사진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예술가.

예술계의 대표적인 후원자로 알려진 새클러 가문을 상대로 한 그녀의 싸움은 일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유수한 박물관들의 후원자이자 강력한 문화 권력인 새클러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그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파워를 이용하여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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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미국 상류층 출신의 포토그래퍼로 사진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예술가. 구겐하임이나 메트로폴리탄 같은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영구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사진계의 거장. 1970~80년대 포스트 펑크와 뉴웨이브의 문화적 자장 안에서 동성애를 비롯한 섹슈얼리티. 마약, 일상, 가족사에 대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예술가이자, 사람들의 고통을 대가로 성장한 대기업과 사회의 편견에 맞서 싸운 액티비스트. 영화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규정하기 힘들 만큼 광폭하고 다이내믹했던 낸 골딘의 삶을 추적하며 치열한 액티비스트이자 상처 가득한 삶을 사진 예술로 승화시킨 섬세한 예술가로서 그녀의 삶을 사려 깊게 드러낸다.
액티비스트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 그녀의 두 개의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그녀의 싸움은 강력한 권력을 지닌 정부와 미디어도 이루지 못한 거대한 성공을 이끌어 냈고 또 다른 면에서는 주류사회의 도덕과 갈등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실패 혹은 노이즈로 기록된다. 예술계의 대표적인 후원자로 알려진 새클러 가문을 상대로 한 그녀의 싸움은 일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유수한 박물관들의 후원자이자 강력한 문화 권력인 새클러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그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파워를 이용하여 승리한다. 대학과 박물관들은 문화예술을 통해 검은 자본의 이미지를 세탁해 온 스폰서와 예술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결국 예술가를 선택한다. 박물관마다 새겨진 문화예술 후원자의 목록에서 새클러라는 이름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 예술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은 강력하게 예스!라고 대답한다.
생각해 보면 그녀의 삶은 고요함이나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대표작인 사진 슬라이드쇼 ‘성적 의존의 발라드’는 제목과 달리 서정적이기는커녕 소란스러운 상호 작용과 노이즈로 가득하다. 매번 다른 슬라이드와 춤, 음악, 변화된 편집, 노이즈를 생성하는 이 작품은 그 순간 벌어지는 삶의 모습에 충실하다. 단 한 번도 동일하지 않은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쇼 속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에 대한 담론이 차오른다.

이렇게 소음으로 그득한 그녀의 삶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영화는 그 실마리를 언니의 죽음에서 찾는다. 영화의 초반과 엔딩에는 언니의 죽음과 관련된 질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스스로 자신을 소멸시킨 언니의 삶. 그리고 그로부터 상처받고 영향받아 자신과 주변을 필사적으로 사진으로 남기려 한 낸 골딘의 삶. 영화의 제목인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언니의 병원 기록에 나오는 문장이다. 언니의 반항과 죽음은 낸 골딘에게 삶의 길을 제시했고 그녀는 트라우마와 자기 부정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의 도구로 사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우리에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졌다. 2022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로라 포이트러스의 작품이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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