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우승으로 반전 "텐하흐 경질 반대"…맨유 팬 75% 잔류 원한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이 확실시 됐던 에릭 텐하흐 감독을 향한 여론이 완전히 바뀌었다.
30일(한국시간) 영국 디애슬래틱이 FA컵 우승 이후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텐하흐 감독이 감독으로 남는 것을 바라는가'라는 설문에 74.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나머지는 11.9%가 '아니다', 13.6%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텐하흐 감독은 아약스를 네덜란드 리그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2019년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 놓았다. 당시 텐하흐 감독이 지도했던 프랭키 더 용, 마타이스 더 리흐트,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등은 모두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2022년 아약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다. 2022-2023시즌 초반에 흔들렸지만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1군에서 제외하는 초강수 등으로 팀을 장악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9년 만에 리그컵 우승을 해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텐하흐 감독 2년 차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텐하흐 감독은 색깔에 맞는 선수를 네덜란드 각지에서 데려왔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색깔도 보이지 못하면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는 8위로 마무리했다.
텐하흐 감독의 문제는 성적만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 내부에선 텐하흐 감독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제이든 산초는 공개적으로 항명까지 하며 반강제적으로 이적됐고, 적지 않은 선수들은 텐하흐 감독의 강압적인 훈련 태도에 불평이다. 텐하흐 감독의 입김으로 거액을 주고 데려온 안토니는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진이 계속되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텐하흐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짐 랫클리프 새로운 구단주가 부임하면서 텐하흐 감독 경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목표 달성을 위해 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이라는 랫클리프 구단주의 말이 텐하흐 감독 경질 가능성을 다루는 보도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텐하흐 감독의 거취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5일 영국 가디언은 "FA컵 결승전 결과와 관계 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텐하흐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감독 교체에 대한 자비 없는 결정은 이네오스(INEOS)가 지난 12월 구단 지분을 인수하고 운영을 통제하기로 합의한 이후 짐 래틀리프 경과 그의 동료들이 내릴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며 "2년 전 텐하흐 감독을 선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인 8위로 프리미어리그를 마감한 뒤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시즌 고전은 텐하흐 감독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얻는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어하지만 수뇌부는 한 경기(결승전)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뒤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텐하흐 감독은 맨체스터시티를 2-1로 꺾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값진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구단 역사상 13번째 FA컵 우승 트로피.
텐하흐 감독이 FA컵에서 우승하고 나니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27일 영국 익스프레스는 "일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뇌부가 텐하흐 감독 잔류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올드 트래포드 리더십 그룹 내 저명한 인사들은 여전히 텐하흐 감독을 지지하고 있으며 'FA컵 우승은 텐하흐 감독이 앞으로 팀을 이끌 적임자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알렸다.
새로운 회장인 짐 랫클리프가 이끄는 이네오스 수뇌부는 텐하흐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하고 2년 동안 두 번째 잉글랜드 국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텐하흐 감독을 해고하는 결정이 팬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사회는 앞으로 며칠 동안 텐하흐 감독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냉정하고 총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익스프레스는 "의사 결정권자인 이네오스에선 텐하흐 감독을 향한 생각이 50대 50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네빌은 지난 13일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텐하흐 감독에게 1년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빌은 "텐하흐 감독을 대체할 만한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토마스 투헬을) 대체할 감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하고 4위 안에 들었던 지난 시즌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텐하흐 감독에게 (부상 없는) 한 시즌을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감독들은 지난 10년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고군분투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했을 당시엔 모두 훌륭했던 선수들과 감독들이다. 그래서 지금의 부진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무언가가가 있다"며 "아마도 새로운 구단주와 직원들이 선수들과 감독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해가 뜨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시 이기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때가 언제인지 모른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일들이 주기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 어린 시절을 리버풀과 에버턴, 아스날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내 인생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18살, 19살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후 우리는 수 많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지금은 1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난 내 일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다. 리버풀이 그랬던 것처럼, 아스날이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디애슬래틱 설문 조사에서 FA컵 우승이 텐하흐 감독 경질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니다. 'FA컵 우승이 텐하흐 감독 거취에 대한 생각을 바꿨는가'라고 묻는 말에 응답자 중 74.2%가 '아니다'고 답했다.
'텐하흐 감독이 잔류한다면 다음 시즌 몇 위를 기대하는지'에 대해선 4위가 41.2%로 가장 많다. 3위가 30.6%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텐하흐 감독이 남더라도 우승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다. 우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1.4%에 불과하고 2위는 5.8%인 반면 5위가 11.9%, 6위가 6.2%, 6위 아래가 2.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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