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카운트다운

윤기은 기자 2024. 5. 3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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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 대선 관심 집중
집권당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위쪽), 우파 야당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
여야 여성 후보 맞대결 양상…두 명 모두 ‘공학박사’ 학위
빈부격차·마약갱단 등 의식, 경제 성장과 치안 강화 공약

다음달 2일(현지시간) 열리는 멕시코 대선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통령은 갱단과 마약 카르텔, 정치 테러가 난무하는 멕시코의 치안을 강화하고 이념·소득 양극화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을 ‘역사적 대결’이라고 일컫는다. 남성 중심 ‘마초’ 문화가 짙은 멕시코에서 유력 대선 후보 두 명이 이례적으로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인 집권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62)는 환경공학 연구원·정책전문가 출신으로, 에너지공학 박사다.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 환경장관에 임명됐으며, 2007년엔 기후변화의 인과관계 등을 정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연구원을 역임했다. 2015년엔 환경장관을 지냈다. 2018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 당선 이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태양열 에너지 시설 설치를 골자로 하는 6개년 환경 계획을 발표하는 등 환경친화적 도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성 중립 교복 보편화, 퀴어퍼레이드 참석, 임신중지 합법화 지지 등 젠더 분야에서도 진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우파 야당 연합 ‘멕시코를 위한 힘과 마음’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61)는 셰인바움 후보보다 정책 경험이 적지만, ‘원주민’과 ‘자수성가 사업가’라는 점을 부각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고, 농촌 여성들이 일할 때 입는 전통 의상인 우이필을 종종 입는 모습을 보이며 대중의 호감을 샀다.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스마트 인프라 시스템과 관련한 기술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고, 수익으로 아동 영양실조 퇴치와 원주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재단을 만들었다. 2015년 멕시코시티의 부촌인 미겔 이달고 구청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18년 상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셰인바움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복지 프로그램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권의 주요 정책도 계승할 계획이다. 갈베스 후보도 ‘경제 성장’을 강조하며 기업 친화 정책, 국영 석유 회사 민영화 등을 공약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보수정당 소속이지만 임신중지, 사회 복지 비용 지출 등과 관련해선 진보적인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두 후보 모두 ‘치안 강화’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달 초 현지 업체가 실시한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꼽아달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공공안전, 부패, 폭력, 마약밀매 순으로 답했다. 싱크탱크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총선과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 현직 시장과 지방선거 후보 등 52명이 살해됐다. 치안을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은 마약 카르텔이다. 2020년 멕시코 내 살인사건은 3만6000여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베스 후보는 “치안은 새 행정부의 핵심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경찰 월급 2만페소(약 161만원)를 보장하고, 검사·판사·방위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셰인바움 후보는 청소년이 갱단에 들어가지 않게 이들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 방위군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마약 카르텔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중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하는 현상)’가 주춤하면서 차기 대통령이 난민·무역 등과 관련한 외교 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주목된다.

지난 28일 발표된 CEDE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셰인바움 후보의 지지율은 56.0%로, 갈베스 후보(33.3%)보다 22.7%포인트 높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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