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의 무기 밀수 통로인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 장악”

선명수 기자 2024. 5. 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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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경고에도 강행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를 장악하며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경지대 장악은 이집트의 격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밀수 통로로 활용돼온 ‘필라델피 회랑’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지대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곳에서 하마스가 무기 밀수에 이용해온 땅굴 20여개를 발견했으며,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수십기도 찾아냈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가 정기적으로 무기를 밀반입하는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왔고, 하마스는 이곳에 테러시설을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이스라엘군 통제 밖에 있던 가자지구 내 마지막 구역이다. 알자지라는 이곳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시도가 “사실상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재점령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이 이곳을 장악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집트는 최근 이스라엘이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증강한 것은 1979년 양국이 체결한 평화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해왔다. 양국은 평화협정에서 필라델피 회랑을 일종의 ‘완충지대’로 지정해 소수의 국경수비대만 배치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숫자는 상호 합의에 따라서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합의는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시킬 때까지 지속됐다. 이후 하마스가 2007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필라델피 회랑의 가자지구 쪽 구역은 하마스가 관할해왔다.

그러나 하마스 집권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행하며 필라델피 회랑에는 수많은 밀수 땅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땅굴을 파 이집트로부터 무기와 보급품을 밀수했고, 17년간 봉쇄 정책에 시달려온 가자지구 주민들도 가축부터 공산품,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을 이 땅굴을 통해 들여왔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겠다며 땅굴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수년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 이집트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이집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국 언론에 “회랑에 밀수 터널이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군사적 실패를 은폐하려 라파 인근의 상황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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