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세 ‘위기를 기회로’… 역직구 확대 발판 삼아라!

권이선 2024. 5. 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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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 ‘활로 모색’
해외 직접구매 무역적자 갈수록 심화
직구액 매년 늘어 1분기 1조6476억원
역직구액은 되레 줄어 1592억원 그쳐
K콘텐츠 열풍 힘입어 한국산 선호도 ↑
알리·큐텐 등 국내 셀러 유치에 적극적
“中企 온라인 수출 포괄적 지원 나서야”
알리익스프레스(알리)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상품을 해외로 직접판매하는 ‘역직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직구 금지’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규제를 내놓는 대신 최근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선호도가 높아진 고품질의 한국 상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포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락’하는 역직구 지원 정책 필요

온라인 직구 관련 무역수지 적자가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직구 무역수지는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해 역대 최대 적자폭(6조4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직구 금액은 6조6819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454억원) 대비 12%가량 늘어난 반면 지난해 역직구(면세점 제외) 금액은 전년(8271억원)에 비해 9% 줄어든 7529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에서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줄곧 해외 직구 1위를 지킨 미국(27.5%)을 처음 밀어냈다.

직구 규모는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직구액은 1조6476억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 한 해 동안의 직구액(1조6471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와 달리 국내 역직구 규모는 2020년 995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역직구액(1592억원) 역시 전년 동기(1801억원)보다 약 12% 감소했다.
이처럼 알리·테무·쉬인 같은 C커머스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국내 직구 시장은 커지지만 정작 우리 기업과 판매자들은 상품을 수출할 온라인 판로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플랫폼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규제보다 역직구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는 국내 제조 업체들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역직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만큼 플랫폼과 협업해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해외 직접 진출에서 위험성이 높은 탓에 이커머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 플랫폼들은 아직 해외 공급망이 충분치 않아 해외 플랫폼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해외 플랫폼을 역직구의 발판으로 삼는 한편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이 중소기업의 국제화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는 국내 수출 지원책은 주로 전통적인 형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소규모·소빈도로 이뤄지는 무역 형태인 직구에서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중소기업이 온라인수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수출에 필요한 역량 외에 수출 상대국의 주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활용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며 “디지털 플랫폼은 진입이 쉬운 만큼 경쟁도 치열해서 국가 및 플랫폼별 최신 마케팅 흐름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따라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직구’ 공략 나선 플랫폼들

이미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은 한국 역직구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K푸드’, ‘K뷰티’, ‘K패션’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직접 한국 기업과 제품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알리는 현재 국내 소상공인이나 업체가 해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중개 서비스 ‘글로벌 오픈마켓’을 준비 중이다. 알리는 더 많은 판매사를 유치하고자 입점·판매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소 판매사에게는 해외 판로 확대 기회가 확장되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양질의 한국산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도를 높아질 수 있다. 이미 알리바바그룹의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뷰티회사 ‘토픽’은 개점 반년 내에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으며, 수출액(13만달러)이 두 배 증가했다. 정재민 토픽 본부장은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월평균 총 800건에서 900건의 구매 문의가 접수되고, 이 중 60%가 실거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철강무역회사 ‘리메탈산업’ 역시 입점 5년 만에 수출액 37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7% 증가한 수치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인 큐텐은 최근 인수한 북미와 유럽 기반 플랫폼 ‘위시’와의 통합 플랫폼 위시플러스에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K-에비뉴’를 열었다. 여기에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의 상품을 대거 입점시켜 한국 상품 수출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큐텐은 앞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을 사들이며 한국 셀러풀을 대거 확보했다.

지난해 2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큐텐재팬에 입점한 국내 기업 ‘파이어웍스’는 기초화장품 ‘티암비타3 소스’를 역직구로 판매하며 한 해 동안 2억6200만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동남아와 대만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도 지난달 국내 물류센터에 셀러들의 상품을 위탁받아 현지 배송까지 전담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쇼피는 국내 셀러 유치를 위해 상·하차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입점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것이 국내 업체들의 판매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다준 것처럼 역직구 분야에서도 국내 제조사들은 판로 확대, 플랫폼은 경쟁력 강화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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