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판결 땐 1조여원 마련 어쩌나’ SK 당혹…주가는 급등
주식 대신 현금으로 지급 판시…최 회장 지분 일부 팔아야
경영권 우려…매각 최소화하고 지분 담보로 대출받을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2심) 결과가 나온 30일 SK그룹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2심 법원이 1심 법원과 달리 노 관장 손을 들어준 데다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액수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날 2심 선고가 최 회장의 개인사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즉각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일단 대법원 선고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SK그룹 내부에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했다.
2심 선고가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 액수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적시했지만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해 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일부 매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지주회사인 SK(주) 지분을 17.73%(1297만5472주) 갖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하면 2조514억원이다. 최 회장은 SK디스커버리 0.12%(종가 기준 9억3000만원), SK케미칼 우선주 3.21%(17억9400만원), SK텔레콤 303주(1500만원), SK스퀘어 주식 196주(1500만원) 등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화해도 액수가 크지 않다.
최 회장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SK(주) 지분 매각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는 SK(주)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29.4%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인수 당시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현재 가치는 훨씬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SK(주)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면서 현금을 확보할 경우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SK(주) 지분 17.73%를 보유하고, SK(주)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 등 자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형태다. 노 관장의 SK(주) 지분율은 0.01%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재산분할을 위해 SK(주) 주식을 건드리게 되면 외부에서 의도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최대주주로서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지배구조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부 주식을 팔아 (재산분할 액수를)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SK(주)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전일보다 1만3400원(9.26%) 오른 15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주) 주가는 약세로 출발했지만 2심 선고가 나온 오후 2시50분을 전후해 급등했다. 장중 한때 15.89% 오른 16만77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SK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 때문으로 분석됐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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