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개인 폰’ 사용, 괜찮나…도청에 무방비 “보안의식 심각”
중국 ‘트럼프 도청’ 사례도
여권은 “소통에 긍정적”
1급 기밀 사항을 다루는 최고 국정운영자인 대통령이 취임 이전에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해도 문제없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4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 휴대전화 번호는 대선 후보 이전부터 쓰던 그대로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예를 들어 (부속실에) ‘국방부 장관에게 연결을 해달라’ 이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라며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결한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지만, 하더라도 업무폰이나 비화폰(도청방지 휴대전화)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1분1초는 공적인 기록”이라며 “기자들도 아는 번호를 미 중앙정보국(CIA)이 모르겠느냐. CIA가 아는 번호를 대통령이 쓰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이 도청된 적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CIA 유출 문건 2건에서 드러난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 도청 정황을 언급한 것이다. 고 의원은 “개인 폰을 대통령이 쓴다는 것은 미국이나 북한보고 ‘도청하십시오’ 하는 거랑 똑같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7명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모든 행위에는 기록이 필요하기에, 대통령은 항상 업무용 전화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게 ‘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할 때 개인 휴대전화를 쓴 것인지’ 등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실제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18년 10월24일 NYT는 전현직 미 정보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보기관이 미·중 무역전쟁 확대를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도청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는 총 3대인데 2대는 미 국가안보국의 보안칩을 넣은 공무용 전화고, 나머지 1대는 개인용이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청 위험을 경고하는 보좌관들의 만류에도 개인 아이폰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여권은 ‘소통’에 유리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이 소통에 좀 많이 막혀 있었으니까 그런 차원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의원들도 그런 소통을 좋아한다”고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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