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헌법을 지키겠다는 대통령과 검사들

기자 2024. 5. 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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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한 까닭은 놀랍게도 ‘헌법 수호’였다.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도 재의결을 부결시킨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권의 세 가지 축,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검찰은 매번 헌법과 법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헌법과 법률마저 지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구체적인 사안을 따져보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검찰청에 불러 향응을 받게 하고, 진술 회유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번 내가 이 지면(5월3일자)에 쓴 칼럼 ‘형사사법체제 붕괴시키는 검찰’을 두고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법무부는 “담배·술 등 금지된 물품의 제공을 금지하는 수용 관리 및 계호업무 지침도 철저히 준수되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구속되면 감옥에 갇혔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자유를 제한당한다. 전화 통화, 문자 전송부터 술, 담배 등 기호를 충족하는 모든 걸 차단당한다. 그저 좁은 감방에서 세 끼 밥을 먹으며 지내는 게 전부다. 그러니 사회에서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구금시설 수용자에게는 엄청난 특혜가 되기도 한다. 술, 담배, 연어회, 탕수육 같은 음식이 그렇고, 전화 통화가 그렇다. 그래서 검찰청에서의 조사는 구속피의자를 회유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되기도 한다.

법무부가 구속피의자에 대한 수용관리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니 반갑기는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 곧 구속피의자를 검찰청에 불러 조사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관이 구금시설을 방문해 조사하는 것과 달리 검사는 자기 사무실로 구속피의자를 부른다. 오래된, 그리고 못된 관행이다. 법무부 교정본부 직원에게는 아주 부담스러운 멍에다. 검사가 부르면 언제라도 구속피의자를 보내줘야 하는데, 구금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다시 데려올 때까지 적지 않은 계호인력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검찰 조사는 미리 약속한 시간 같은 것도 없다. 조사가 늦은 밤에 끝날지, 아니면 밤샘을 할지도 모른다. 검찰청으로 계호를 나갔던 교도관들은 퇴근도 못하고 공적 역할과 사생활 모두를 포기하고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오직 검사의 편의만을 위한 고역이다.

검사가 구속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것은 헌법 제12조의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반헌법 행위다. 누군가를 구속하려면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영장엔 구속 이유, 일시, 구속 장소를 적어 구속하려는 사람과 그 가족에게 알려줘야 한다. 영장엔 영장을 청구한 검사 이름, 영장을 발부한 법관 이름도 적는다.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거다. 구금 장소는 대개 경찰서 유치장이나 서울구치소 등의 구금시설이 되는데, 영장에 굳이 구금 장소를 적어두는 까닭은 단순하다. 그곳에만 가두라는 거다. 검사가 조사를 위해 구금장소 아닌 곳으로 구속피의자를 부르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위법부당한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 곧 직권남용죄다. 형법 제123조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나쁜 범죄다. 다만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처럼 검사의 범죄를 실제로 처벌하는 사례가 없을 뿐이다.

경찰은 구속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구금시설을 방문한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경찰서로 부를 일이 있다면, 별도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한다. 이렇게 경찰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준수하지만, 검찰은 영장주의 원칙을 외면하고 있다. 만약 법무부에서 뭔가 반박하고 싶다면, 엉뚱한 변죽만 울리지 말고, 바로 이 대목에 대해 집중하기 바란다. 검사는 헌법과 법률 위에서 군림하듯 자기 편의만 챙겨도 된다는 건지, 구속피의자가 당하는 고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지 따져주기 바란다. 구속피의자가 검찰청에 불려가기 위해 구금시설을 오가려면 반복적으로 몸수색을 당하고 운동시간이나 가족, 변호사와의 접견도 금지당한다. 이래도 되는지, 검사를 위해서라면 교도관의 번잡한 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살펴보길 바란다.

검사와 검사 출신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해병대원의 죽음을 두고 외압을 넣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그렇다. 대통령이 범죄를 의심받는 상황인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특검을 막아버렸다. 편법과 불법에 익숙해진 사람들일수록 큰 목소리로 법치주의를 외치고 있다. 더는 그냥 봐주기 어렵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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