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탕웨이 머쓱하게 만든 윤석열 정부 [에디터의 창]
중독성 있다.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실물은 허망하기 일쑤다.
100원짜리 단추부터 32만원짜리 자전거 카본휠까지…. 한번 빠지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또 하나의 ‘대륙의 실수’인가. 알리익스프레스 쇼핑 얘기다. 사실 알리 제품을 받아보면 화학약품 냄새 진동하는 것들도 왕왕 있다.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애초 ‘KC인증 전 해외직구 금지’ 방침은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려던 윤석열 정부다. 아마추어같이 왜 그랬을까.
사실 이번 소동 전부터 정부는 중국 e커머스 플랫폼 단속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국내 유통업체 보호 의도가 엿보인다. 글로벌 개방경제 시대라지만 보호무역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흔히 달달한 것만 삼키고, 쓴 건 뱉어버릴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보호무역의 열매는 당장 달지만, 더 큰 실익을 잃어버리곤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가 증발했다고 진단했다. 대체 누굴 위한 무역갈등인지, 누구의 파이가 줄어드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천조국’ 미국은 초호황을 누리며 세상의 돈을 다 빨아들인다. 그 결과는? 우리 서민들의 얇아진 지갑이다. 마냥 ‘아메리칸 파이’ 불러줄 때가 아니다.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 비중이 2016년까지 10%를 넘었다가 최근 6%대로 추락했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대중 무역수지가 수교 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175억달러 적자를 내고 말았다. 반면 20년 만에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었다. 지난해 우리에게 미국은 445억달러의 최대 흑자 대상국이 됐다. 자, 그럼 이제 ‘탈중입미(脫中入美)’만 하면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맨큐의 경제학> 저자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이렇게 비판했다. “무역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론까지 증명됐다. 개방경제는 폐쇄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 이는 미·중 분쟁의 올가미에 갇힌 세상이 허덕대는 꼴만 봐도 쉽게 납득되는 명제다. 멀리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까지 불러오지 않더라도.
중국과의 갈등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점입가경이다. 그에 발 맞춘 윤석열 정부는 아예 ‘탈중국’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고 사수대를 자처해왔다. 미국이 짜놓은 판도대로 정말 세상이 나누어질까. 그러나 ‘제2의 냉전’이니 하는 말 자체가 정치용 허상이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진핑을 초청해 융숭하게 대접했다. ‘바이든의 푸들’이 돼선 별로 이문이 남는 게 없어서다.
윤석열 정부의 알리, 테무 옥죄기는 섣부른 보호무역주의에 바탕을 둔 것일 공산이 농후하다.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는 신세계나 쿠팡 등 국내 업계를 생각하면 썩 달가울 리 없다. 그러나 개방경제 아래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물길이 아니다.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이 저렴한 물품을 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억지로 막는 셈이다. 정부는 알리보다는 정작 보호주의화하고 있는 ‘RE’에나 신경 써라. 주요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못 지켜 해외에 납품을 제한당하거나 추가 비용을 낼 판이다.
지금 경제에 큰 숙제가 안으론 내수 회복이며, 밖으론 중국과의 관계다. 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경제를 중시한답시고 말하지만, 기업들에 가장 시급한 건 대중관계 회복이다. 기업 총수들을 떼로 몰고 다니며 떡볶이, 폭탄주 먹인다고 경제가 나아질 리 없다.
고래로 한반도의 혼돈기에는 이쪽저쪽 눈치껏 외줄타기, 이른바 균형외교를 해야 했다. 윤 대통령은 얼른 시진핑 주석을 초청하거나 방중해서 만나야 할 때다. 안미경중(安美經中)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과 최소한 경제적으론 확고히 관계를 붙들어매야 한다. 미국에 끌려가며 대중 견제에만 올인하다가는 자칫 닭 쫓다가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바닥난 요소수를 바이든은 단 1ℓ도 채워주지 않는다.
미·중 갈등 와중에 정작 웃는 이가 일본이다. 우리가 장기판에 말로 끌려다니는 건 아닌지 냉정히 보자. 다시 균형을 잡든가, 안 되면 ‘마부’라도 갈아치우든가 해야 할 판이다.
해외직구 규제 소동으로 정부가 확실히 한 역할은 있다. 일반인은 있는 줄도 몰랐던 알리, 테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줬다는 사실이다. 배우 마동석과 탕웨이를 굳이 광고모델로 안 써도 될 뻔했다. 당국의 ‘뻘짓’ 탓에 국내 업체들 피해만 커지게 생겼다, 마침내.
전병역 경제에디터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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