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의 이세계 ESG]전력산업 구조개편,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어제부터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2012년 제19대 국회부터는 사실상 입법부 제1 다수당이 모든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임기 종료 시점인 2028년까지 전력산업 관련 중요한 정책들이 줄지어 있다.
첫째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있다. 이는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 및 이에 따른 전력설비 확충을 위해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주기로 세우는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 전력수급 전망,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 수요관리, 직전 전기본 평가, 분산형 전원 확대 등이다. 정부가 초안을 마련해서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고 공청회를 거친 다음 전력정책심의회에서 결정한다. 특히 이번 제11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는 관계로 주의가 집중된다.
둘째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관련 사항들이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제출한 2030 NDC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다. 이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의 35% 이상 감축 목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파리 협정 제13조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제1차 NDC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내년에는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감축률이고 핵심은 전력부문 감축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파리 협약을 달성하려면 2035 NDC는 ‘2019년 대비 60% 감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범세계적인 목표이지만 주요국 NDC 수립에 준거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후퇴금지원칙에 따라 2035년 감축 목표는 2030년 감축 목표인 40%보다 높여야만 한다.
배출권 할당 등 정책 결정 줄이어
셋째는 ‘배출권거래법 제5조’에 의거하여 제4기(2026~2030년) 배출권 할당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배출권 할당은 NDC 목표를 ‘고려’했지 100% 연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6년부터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면서 그동안 무상할당을 하던 철강, 발전 등 6개 산업에 대해 2035년까지 100% 유상할당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2023년 3월 발표한 신 2030 NDC는 감축 목표 40%는 동일하나 산업부문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축소시켰다. 제4기 배출권 할당에는 이러한 국제적인 감축률 강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산업부문 감축률을 어떻게 조화시켜 CBAM 대응과 RE100 달성을 지원할지가 관건이다.
넷째는 올 6월14일부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다. 이 법의 취지는 에너지가 생산된 지역 내에서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직접 소비를 장려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장거리 송전 및 중앙 집중식 전력망과의 통합과 관련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하여 특구 내에서는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허용하고, 또 장거리 송전 요금을 차별화하여 전력 다소비 기업을 특구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곧 시행에 들어갈 이 법은 한전의 송·배전 독점으로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다기해 보이는 위 4가지 사항들의 뿌리는 1곳에 있다. 핵심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즉 경쟁체제 도입이다. 구조개편은 1993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논의되다가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월에 확정됐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발전부문을 한수원과 석탄발전사 5개로 분할하고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후 2008년까지 배전부문을 민영화하고, 이어서 2009년 이후 완전한 소매경쟁을 해서 전기소비자가 다양한 옵션의 전기상품을 선택하도록 계획했다. 그러나 2004년 5월에 이 모든 구조개편은 중단이 됐다. 발전부문은 형식적이나마 도매거래를 하지만 송전·배전·판매는 한전이 독점하면서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어정쩡한 구조개편 중단의 문제점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파리협정 채택으로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가 등장했다. 이어서 RE100 운동이 전개되었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우리 기업은 해외로 이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과 가격 파동은 재생에너지를 안보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2026년부터는 탄소 감축이 핵심인 CBAM이 시행된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수소환원제철을 할 그린수소가 있어야 한다.
전력시장 ‘경쟁체제 도입’ 논의를
그런데 세상일은 어두운 면만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값싸고 안정된 공급이 중요했던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를 계기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간헐성·변동성이 심하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RE100을 달성하고 CBAM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분산전원을 실시하고, 소비자의 전기 선택권을 높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 수요·공급을 예측하고 안정화시키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AI, 에너지 신기술 등 신산업이 육성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이러한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제22대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했다. 그런데 전력산업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나 정부는 ‘더’ 걱정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 이후 민주당 주도의 정책이나 의정 활동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서 한전의 부실을 키웠다. 재생에너지 의무 공급제도(RPS)는 수요를 유발하는 전력시장 구조개편은 없이 공급 목표만 높게 잡아서 RE100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2017년 국회에선 정부가 ‘전력시장 소매경쟁’ 도입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훈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력판매 한전 독점화’ 법안과 같이 논의하다가 폐기시켰다. 2022년 3월에는 탄소중립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에너지정책의 헌법 격인 에너지기본법의 법적 근거를 상실시켰다.
제22대 민주당 국회는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경제 주체들에게 미시적 동기부여를 제공할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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