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책과 삶]
카프카, 카프카
김태환 외 지음
나남출판 | 252쪽 | 1만6800원
출판사 편집부가 붙여둔 ‘내가 사랑한 카프카’란 가제를 두고 평론가 신형철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카프카를 사랑하는가? 모든 위대한 작가가 다 사랑할 만하진 않다.’ 신형철은 카프카가 “자신만의 독자적 논리로 움직이는, 그래서 현실과 일상의 논리로 열고 들어갈 수가 없는, 안에서 잠긴 세계”를 보여준다고 한 뒤 이런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소송’을 든다. 이 짧은 소설을 통해 신형철은 법이란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이란 카프카의 인식을 읽어내며 이를 욥기의 고통의 문제, 신정론(theodicy) 비판으로 연결해간다. 신형철의 논리 전개 과정은 마치 중세 장인의 초정밀 공예품 같은 평론의 경지를 보여준다.
올해는 프란츠 카프카가 세상을 뜬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카프카, 카프카>는 카프카 문학이 지닌 의미를 한국 문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소설가 김행숙과 이기호는 카프카스러운(kafkaesk) 엽편 소설을 썼다. 시인 김해순과 최승호는 카프카스러운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한 시를 제공했다. 카프카가 폐결핵 투병 중에 남긴 아포리즘 100여편의 새로운 번역도 실렸다.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이 아포리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설을 성실히 붙였다. 아포리즘은 짧고 해설은 길다. 카프카 아포리즘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독자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신형철은 “카프카는 위대하고, 카프카는 사랑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카프카, 카프카>는 이 위대한 작가를 위한 소략한 헌정이다. 개별 출판사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더 야심차게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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