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합헌···실무분담 혼선·KBS 재원 타격 불가피

박채연 기자 2024. 5. 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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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5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성동훈 기자

KBS와 EBS의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시행령 공포 이후 10개월만에 분리고지·징수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과 대한주택관리사협회, KBS 등이 역할분담을 놓고 혼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KBS의 재원 급감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30일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된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에 대한 KBS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공영방송 기능을 위축시킬 만큼 청구인의 재정적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개정 절차는 행정절차법 빛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른 것으로 절차상 위법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징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다. KBS는 같은 달 시행령이 헌법상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 예고기간을 단축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행령 개정 10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의 혼선은 여전하다. 특히 실무적으로 분리징수 업무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두고 한국전력(한전)과 KBS,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KBS가 분리고지·징수 업무 유예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측은 “전기요금에서 분리된 수신료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입주자를 대신해 납부할 수 있는 사용료의 유형을 정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사용료 등은 포함돼 있으나 ‘TV 수신료’는 없어 관리실에서 이를 대신 걷어 납부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의 관리 주체가 입주자 대신 수신료를 낼 수 있도록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서도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징수 방법과 미납자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어 관리사무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수신료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전도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한전은 지난달 17일 KBS에 수신료 징수업무 위·수탁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해 7월1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시행령을 재가했다. 문재원 기자

분리고지로 인한 미납·체납자들에 대한 관리 주체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TV 수상기 보유 여부에 대한 실태 파악이나 미납과 납부 거부 가구 관리 등을 한전과 KBS,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누가 맡을지 조정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3일 성명에서 “분리납부 신청을 한 아파트 34만 가구 가운데 실제 납부율은 5%에 그쳤고 지금까지 100억원에 육박하는 미납금액을 발생시켰다”고 하기도 했다.

시행령에 따라 분리징수가 원활히 이뤄진다고 해서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상위법인 방송법상으로는 TV수상기를 가진 이들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상기가 없다고 주장하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더라도 각 가구를 방문해 수상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수신료 납부 절차에 대한 불편함과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한 결정”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종사자와 시민 3만4000명이 낸 탄원서는 휴짓조각이 됐고 사회적 혼란을 따져보기 위해 요청한 공개변론 또한 무시됐다”며 “박민 사장은 탄원서 작성은 고사하고 헌재가 요청한 간단한 자료마저도 한 달이나 걸려 제출하는 등 부실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KBS는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TV 수신료 분리 고지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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