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최 회장, 1.4조 마련 숙제…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
노 관장, 최대주주 지위 가능성
최 회장 리스크, 산업계도 영향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30일 노 관장의 손을 들어주자 SK그룹이 큰 충격에 빠졌다. 최 회장 뿐 아니라 어떤 국내 재벌 총수도 1조38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일시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능한 방법은 배당금과 주식담보대출 등이 있는데, 이미 질권설정을 포함해 보유주식의 절반가량이 대출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라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최 회장 SK(주) 지분 매각할까=가장 직접적인 해법은 SK㈜ 지분을 매각하는 것인데, 이 경우 최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올 수 있어 2003년 소버린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그룹은 반도체, 통신, 배터리 등 국가 핵심산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으로, 그동안 알려진 재산 분할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SK그룹은 이번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의 향후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종가 기준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분가치 총액은 2조971억원이다. SK㈜ 지분가치가 2조929억원(지분율 17.73%)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는 SK디스커버리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23억원, SK케미칼 우선주와 SK텔레콤에서 각 1600만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SK㈜의 지분 분할이 핵심으로, 재판부가 내린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을 하려면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노 관장이 이 자금으로 SK㈜ 지분을 다시 산다고 가정하면 주인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SK㈜로터 연간 배당금을 2020년 908억원, 2021년 1038억원, 2022~2023년 각각 649억원을 받았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재산분할을 감당하기엔 벅차다.
◇최 회장 보유주식 57.8% 질권설정=주식담보대출로 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최 회장은 현재 보유 주식 중 57.8%에 해당하는 750여만주에 대해 질권설정을 포함해 주식담보대출 받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상고심에서 2심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이러한 추측을 반전시킬 만한 새로운 시나리오는 마땅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최 회장이 결국 지분 매각을 통해 재산분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날 종가 기준 1조3800억원 규모의 SK㈜ 주식 수는 856만주로, 이를 모두 매각한다고 단순 계산했을 때 최 회장 지분율은 6%대 초반까지 내려간다.
이 외에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SK㈜ 지분율은 6.58%,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0.14%다.
다만 최 회장은 보유한 SK실트론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7년 최 회장은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지분 인수에 참여해 지분 29.4%(1970만여주)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였으나, 현재 가치는 3배 이상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 기간 동안 회사와 사회 구성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 아무런 증거 없이 일방적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분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경영권이 취약해지는 것을 넘어 외국계 사모펀드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3년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며 SK의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최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결국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된 바 있다.
◇SK 흔들리면 산업생태계도 요동=SK그룹은 반도체(SK하이닉스), 통신(SK텔레콤), 정유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SK온) 등 핵심 사업을 담당하면서 수출에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른 최 회장의 개인 리스크가 회사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 생태계까지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SK㈜는 전날보다 9.26% 오른 15만8100원에 거래를 마쳐 벌써부터 경영권 분쟁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려는 투자자 심리도 엿보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현 지분율도 통상 안정적으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보는 35%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SK그룹과 최 회장 개인에게도 위기"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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