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청계초, 디지털 역량 키워 ‘탄탄한 미래 인재’ 양성 [꿈꾸는 경기교육]
교원 양성 연수·교사 동아리… 학생들 창의 역량 증진 방안 연구
AI 융합 수업도… 인공지능 협업 글쓰기·영상 제작 대회 등 다채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과천 ‘청계초등학교’
‘소통, 공감, 협력의 Think-link 행복학교’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과천 청계초등학교는 1981년 문을 열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자주인, 지적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며 새롭게 생각하는 창의인, 민주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예술을 즐기는 문화인, 삶의 역량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세계인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 아래 미래 인재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청계초는 2022년과 지난해 인공지능(AI) 교육 선도학교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디지털 시민역량교육 선도학교, 하이러닝 선도학교 등 경기도교육청의 각종 선도 사업에 참여하며 우수 교육 환경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민주적 학교 속에서 윤리적 생활공동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청계초에서 다가올 ‘디지털 시민’ 양성 과정을 살펴봤다.
■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 모두 디지털 기술·윤리 탐구하는 학교
청계초는 올해 △디지털 소양 교육 운영 △창의성 함양을 위한 AI 융합 교육 운영 △교원의 디지털 창의역량 강화 등 세 줄기 계획을 통해 학생의 디지털 창의성과 시민 역량을 키운다.
디지털 소양 교육의 경우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과 연계 기초 교육을 실시하는 게 핵심이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해 교과 시간 및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디지털 기술, 기기를 활용함으로써 학습 목표 달성과 디지털 역량 함양에 집중한다.
오토드로우, 투닝, 캔바 등 각종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법을 익히고 교내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를 열어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생성에 대한 소양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청계초는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정보보호 캠페인 활동을 전개, 윤리와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며 디지털 교육과 함께 성숙한 디지털 시민 자질을 함께 배양하고 있다.
AI 융합 교육은 5~6학년 대상 실과 정보 교육과 여타 전 교과를 융합, AI 소양과 더불어 교과별 성취 기준을 함께 달성하도록 목표를 설정해 시행 중이다.
청계초는 이를 위해 3~6학년생 한 명당 한 개의 패드를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인공지능실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 학생 동아리 ‘청계 퓨처랩(FutureLab)’을 운영, 학생들이 실생활 문제와 관련 있는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창의적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또 청계초와 더불어 지역 인근 학교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AI 캠프를 실시, 자율 동아리 학생들의 체험 부스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나눔 행사도 병행한다.
교육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원의 디지털 창의 역량 강화 과정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청계초는 AIEDAP(아이에답·AI EDucation Alliance & Policy lab) 마스터 교원 2명을 중심으로 AI 융합 교육 확산을 위한 일반 교원 양성 연수에 나섰다.
‘아이들의 미래 삶과 궁금증에 답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아이에답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하나다.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 교원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의 혁신 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청계초는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원을 대상으로 교사 동아리를 운영, 학생들의 창의 역량 증진 방안과 환경 조성을 연구하며 모든 교사가 수업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올 인 원’ 콘텐츠를 개발 및 공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청계초는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도출된 교수 학습 지도안, 운영 영상, 학생 작품 등 성과를 온라인 사례집 형태로 배포, 공유하며 다음 디지털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교육을 통해 청계초는 학생들이 일상 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과 연결시킬 줄 아는 역량을 기르고, 윤리 교육을 병행해 디지털 역량과 시민성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AI에 이은 디지털 창의·시민 역량 교육... 탄탄한 미래 인재 양성 과정
청계초는 디지털 창의역량 교육에 앞서 2022~2023년 AI 교육 선도 학교로서 인공지능 기본 역량 교육을 실시, 디지털 시민 역량 교육과정을 탄탄하게 이어오고 있다.
현재도 청계초는 AI 정보 교육 중심 학교로서 창의 융합 활동을 하기 좋은 모둠형 배치로 교실을 조성하고 태블릿과 노트북, 기타 AI 교구로 구성된 AI캠퍼스를 설치, 필요할 때마다 AI 융합 수업을 전개 중이다.
또 이달에는 인공지능 미래 과학의 날을 운영하면서 인공지능과 협업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영상제작 대회를 열어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AI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AI 관련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디지털 기기에 투영해내기 시작했고, 이는 올해 청계초가 실시하는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의 기반이 됐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손으로 그림 그리고 글로 쓰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영상 제작이나 카드 뉴스,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청계초는 올 상반기 △AI와 협업해 동화책 만들기 △다양한 발상 방법으로 AI 상상의 세계 표현하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미래 명함 만들기 등 디지털 기기와 AI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을 전개했다.
또 청계초 학생들은 올해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과정의 하나로 ‘디지털 역량 탐험대’라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탐험대 활동은 학생의 디지털 역량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디지털 관련 각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역량 배지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업을 받고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발급되는 배지는 학생 개개인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이 쌓여가고 있음을 표현하며 자신에게 누적된 디지털 역량을 관리함과 동시에 성취감도 배양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청계초는 학생 동아리 활동과 디지털 프로젝트, 교과 연계형 수업을 통해 일상 생활에 활용되는 AI와 디지털 기술, 기기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과 연결할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줌-in
“학생들 창의력·정서적 소통 능력 쑥쑥”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를 붓과 펜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디지털 창의역량 실천학교를 도입했습니다.”
청계초 교육 현장에 디지털 창의 교육을 접목한 과학정보부장 이혜림 교사가 전한 교육 과정 도입 취지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유튜브 시청이나 SNS, 게임 등 콘텐츠 ‘소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착안해 이를 창조의 도구, 생산의 도구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급변하는 과학기술로 디지털 관련 활동을 필수적으로 요구받을 수밖에 없지만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기기가 목적 없는 소비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고 학부모들 역시 이로 인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사는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운 내용을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했다.
그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학기 동안 정보 전담 교사가 투입돼 학생들의 디지털 창의 역량을 높이는 수업을 매주 시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담임교사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메타버스, 코딩 등 디지털 관련 활동들도 다양하게 병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역량 탐험대’ 활동을 실시, 학생 개개인의 디지털 역량 함양을 돕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PPT 제작법, 엔트리 블록(코딩 교육의 일종) 등 일반적인 디지털 교육에 비해 아직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창의 역량’ 교육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교사도 “디지털을 활용해 프로젝트 활동을 하며 배움이 일어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투자돼야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투입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전문성을 띤 담당 교사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그는 “디지털 창의역량 실천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일정 부분을 활용하고 정보 전담 교사가 지정돼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에 어떤 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교과와 융합해 아이들의 삶과 연계된 문제로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 교사는 디지털 창의역량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사회 정서적 소통 능력 배양에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실 내 에어컨을 관리하지 못해 전기가 낭비되고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원해졌을 때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코딩으로 ‘자동 에어컨 전원 차단기’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프로젝트로 삼은 아이들은 온도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팀 활동으로 서로의 시도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협업 능력도 자연스럽게 배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보다는 기술을 다루며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게 훨씬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미래에 어떤 기술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얼마 전 발표된 차세대 인공지능 챗GPT4o를 보며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일 것이라고 강조, 학교에서 아이들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현하며 개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학습을 이룬다”며 “예전에는 그 수단이 풀과 가위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도구가 됐기에 디지털 도구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힘을 길러주는 게 미래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디지털 관련 교육 사업 참여를 망설이는 학교에 “프로그래밍을 잘 하지 못하고 (교육이) 어렵다고 해서 망설이는 것이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학습하고 프로젝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찰하고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충분히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제 해결 함께… 성취감·자신감 UP”
“어려운 점이 나타났을 때 친구와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는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이 정말 좋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청계초 6학년 홍승준군은 디지털 창의역량 교육과 기존 학교 수업과의 가장 큰 차이로 ‘함께하는 문제 해결’을 꼽았다.
교재로 진행되는 평범한 수업에서는 특정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참여 자체에 어려움이 생기지만 디지털 창의역량 교육은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마이크로 비트(코딩 교육용 키트)를 활용한 게임 제작을 꼽았다. 키트에 내장된 각종 터치, 소리, 빛 감지 센서 등으로 AI에 스토리를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스무고개 게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홍군은 친구들과 함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디지털 기기의 원리와 주변 기기의 활용 방법을 탐구했다.
같은 학년의 황서현양도 책과 학습지로 이론을 외우는 기존 수업보다 배운 것을 디지털 기기에 마음껏 적용해 보며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황양은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절차적 사고’ 과정을 꼽았다.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이 코딩한 내용을 바탕으로 ‘빵에 잼을 발라 다른 빵 위에 올린다’는 명령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황양은 “처음에는 샌드위치 빵 비닐도 뜯지 않고 잼을 바르는 등 샌드위치가 만들어지지 않아 친구들과, 선생님과 조금씩 명령어와 순서를 조정해 나갔다”며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이해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두 학생은 ‘디지털 시민’의 정의란 ‘디지털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양은 “새로운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 대체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시민은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군은 “디지털 시민은 발전하는 기술을 악용하지 않고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않는, 조절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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