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남아공 총선 투표 마감, "이젠 변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의 맹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9일(현지시간) 총선을 실시했습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위의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7번째인 이번 총선에서는 남아공의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등으로 민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2만3292개 투표소에서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시작된 총선은 14시간 뒤인 오후 9시를 지나면서 대체로 큰 사건·사고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습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문을 닫는 오후 9시가 넘었더라도 그전에 도착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 투표소는 투표를 마칠 때까지 연장 운영토록 했습니다. 시 마마볼로 선관위원장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투표율이 지난 2019년 총선(66%)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줄을 서 있는 모든 유권자에게 기회를 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투표 종료 후 바로 개표 작업에 돌입한 선관위는 수시로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입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발표한다고 예고했으나 통상 사흘 안에 발표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이르면 다음 달 1일께 발표될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러 아침 일찍 나와 3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타쿠 템베자(22)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변화"라며 "여당의 오랜 집권 기간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투표라는 미샤 닐슨(24)도 "지난 5년보다 더 나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 종사자인 제프 무어(52)는 "지난 30년간 상황이 나빠지기만 해 이제 뭔가 변했으면 좋겠다"면서 만연한 부정부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그는 ANC의 득표율이 50%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수당의 자리는 지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7번째인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ANC의 성적표입니다. 현지에선 집권 여당인 ANC가 이번에도 다수당의 자리는 지키겠지만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켰지요. 직전 2019년 총선에서는 57.5%를 득표해 의회의 전체 400석 가운데 230석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줄곧 40%대에 그쳤습니다. 가장 최근인 28일 발표된 사회연구재단(SRF)의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총선 66%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한 ANC의 지지율은 42.2%로 추정됐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1.6%를 기록했고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12.4%), 원내 제2야당인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10.8%)가 뒤를 이었습니다.
ANC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요하네스버그 인근 타운십(흑인 집단거주지)인 소웨토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국민들이 ANC에 신뢰를 보내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면서 "과반 득표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동부 항구도시 더반에서 투표한 존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이번 총선은 1994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200석은 전국 명부, 나머지 200석은 지역 명부에서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집니다. 이렇게 구성된 의회는 총선 결과 발표 14일 이내에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습니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을 겸한다는 점에서 더욱 안팎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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