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해임 위기 벗었지만 고립무원…“경영권 방어 미지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내홍을 빚고 있는 모회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첫 법적 분쟁은 민 대표의 ‘기사회생’으로 마무리됐다.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민 대표는 해임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30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사내의사 민희진 해임안’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하이브가 가처분 결정에 반해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경우 200억 원의 간접강제금을 민희진 대표에게 배상해야 한다.
“배신이지 배임은 아니다.”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준 배경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는 민 대표 측의 다양한 행동을 ‘경영권 탈취’ 정황으로 판단했으나, 실행하지 않은 만큼 ‘배임’은 아니라고 봤다.
이날 재판부는 “하이브에 해임·사임 사유의 존재를 소명할 책임이 있지만,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그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인용 이유를 설명, “민 대표에게 그러한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주총 개최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소송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잔여기간 동안 어도어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사후적인 금전 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법원이 민 대표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모색’ 과정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가진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민 대표의 이러한 모색은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당장 오는 31일로 예정된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는 살아남게 됐다.
민 대표 측은 지난 17일 심문기일에서 “주주간 계약상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어도어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하이브의 중대 이익을 침해할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반면 민 대표가 어도어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어 해임 사유가 존재한다는 입장이었다.
의결권 행사 금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양측은 더 바빠졌다. 민 대표 측은 법원의 결정을 토대로 ‘어도어 이사진’의 해임도 안되다고 강수를 뒀고, 하이브는 “법 안에서 후속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 측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이날 “하이브는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기 바란다”며 “하이브가 가처분 결정에 반해 민희진 대표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에서 배제하려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주주간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브 측 소송대리인은 11차례에 걸쳐 방대한 서면을 제출했고, 민 대표 측도 9차례에 걸쳐 서면을 제출하면서 공격과 방어를 이어갔다.
세종 측은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세심히 살핀 다음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된 마녀사냥식 하이브의 주장이 모두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악의적인 의도 아래 짜깁기하면 민 대표를 마녀사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일부 카카오톡 사담만이 등장했을 뿐, 하이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악의적으로 편집된 제삼자들 간의 사적 대화가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포됐고 지금도 몇몇 유튜버와 블로거는 짜깁기된 카카오톡을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민 대표와 어도어 구성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소 예정임을 밝혔다.
하이브도 이번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이번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민희진 해임의 건’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시주총에선 어도어 사내이사 해임안이 안건으로 상정,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 측은 앞서 지난 7일 오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오른 민 대표 본인의 해임안에 대해 하이브가 찬성 의결권 행사할 수 없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만 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 이후 민 대표 측은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으므로, 하이브가 위 이사들을 해임할 경우 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민 대표 해임안과 사내이사 2인에 대한 해임은 별개로 본다.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앞서 사내이사 후보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올렸다. 오는 31일 임시주총에서 신 부대표와 김 이사가 해임되고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살아남았지만 하이브 측의 이사진과 함께 해야 하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시주총 이후 하이브와 민 대표 측이 더욱 치열하고 민감한 법적 공방와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 해임 시나리오는 무산됐으나 하이브에선 새 사내이사들과 함께 조직 안정화와 뉴진스의 안정적 활동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민 대표는 첫 승전보를 울렸음에도, 의지할 곳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민 대표는 해임 위기를 벗었지만, 이사진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어도어의 체제 개편을 얼마나 받아들이며 뉴진스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며 “자신의 편에 선 이사진들이 업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최종 결정권자이자 크리에이터로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게 되면 보다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민희진 대표는 법원의 결정으로 한숨 돌린 상황이 됐지만, 이사진의 해임은 피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앞으로 더욱 지난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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