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헌법소원 기각한 헌재…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속도 낼까
분리징수 현실화하면 수신료 급감…KBS·EBS 경영난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TV 방송 수신료(이하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고지·징수하라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면서 10개월 넘게 지지부진한 분리 징수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30일 방송가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KBS가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하고,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작년 7월 12일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KBS는 수신료가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되면 징수율이 급감하고 징수에 드는 비용이 급증해 재원 사정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분리 징수의 위헌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이 KBS의 방송 운영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0개월 지나도록 유예된 분리 징수, 속도 낼까
KBS가 기대를 걸었던 헌법소원에서 시행령 개정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그간 실무적인 이유로 시행을 미뤄왔던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가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신료는 종전까지 전기요금과 통합해 징수됐지만,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후로도 전기요금을 징수하는 한국전력과 공동주택 관리 주체를 대표하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KBS 사이에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아 시행이 미뤄졌다.
준비 없이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개별 가구가 직접 신청한 경우에만 수신료 분리 납부가 가능하고, 그 외의 가구에 대해선 종전처럼 전기요금과 통합해 징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KBS는 올해 2월부터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시행하려 했으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측이 "전기요금에서 분리된 수신료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하면서 시행이 미뤄졌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입주자를 대신해 납부할 수 있는 사용료의 유형을 정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사용료 등은 포함돼 있으나 'TV 수신료'는 없어 관리실에서 이를 대신 걷어 납부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수신료를 입주자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최근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르면 다음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징수, 현실적으로 어려워"…KBS·EBS 재원 급감 불가피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당분간 실무적인 혼란과 KBS의 재원 급감은 불가피하다. 수신료는 지난해 KBS의 전체 수익 중 48%를 차지하는 주요 재원이다.
KBS 관계자는 "헌재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해 요금 고지와 납부 방법이 전산화·다양화됐다'며 징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당장 납부 대상이 되는 수신기를 보유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법은 TV 수상기를 보유한 사람이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수상기가 없다고 주장하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더라도 KBS가 가가호호 수상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KBS 이사회는 작년 말 2024년도 종합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총 1천431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6천850억원의 수신료 수익이 올해는 4천400억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수신료 감소의 여파는 월 2천500원의 수신료 중 2.8%에 해당하는 70원을 분배받는 EBS에도 미친다. EBS는 작년 영업손실 197억9천여만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2천776억원이었는데, 수신료 수익이 191억7천여만원이었다. 수신료 수익이 줄어들면 경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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