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협회 46억원 빚 완전 탕감…이래도 관리 단체 지정 설득력이 있나

김기범 2024. 5.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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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한테니스협회 시도 대의원들은 이기흥 체육회장을 찾아가 면담했다.

육군사관학교 코트 문제로 테니스협회와 소송전을 벌여 승소해 수십억 원의 빚을 받는 채권자가 됐지만, 80년 역사의 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게 되면서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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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테니스협회 김두환 정상화 대책위원장(가운데)이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 단체 지정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대한테니스협회 시도 대의원들은 이기흥 체육회장을 찾아가 면담했다.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을 앞두고 마지막 읍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참석한 대의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테니스협회가 진 빚이 조건 없이 탕감된다면 누가 회장을 해도 좋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체육회의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추진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 지정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테니스협회가 안고 있던 약 46억 원의 빚이 완전히 탕감될 길이 열렸다. 채권자인 중견 기업 미디어윌 측에서 관리 단체 지정이 철회되면 46억 원 빚을 전액 탕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사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대한테니스협회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리 단체 지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윌로부터 채무 탕감을 약속받았다. 대한체육회는 테니스협회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 시도를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무려 9년 가까이 묵은 테니스협회의 채무가 어떻게 이렇게 단번에 청산될 수 있었을까. 채권자인 미디어윌 측의 결단이 있었다. 미디어윌은 테니스 월간지 <테니스 코리아>를 수십 년 동안 발행해왔고, '벼룩시장배' 등 동호인 테니스 대회를 꾸준히 개최해온 사실상 '테니스 기업'이다. 육군사관학교 코트 문제로 테니스협회와 소송전을 벌여 승소해 수십억 원의 빚을 받는 채권자가 됐지만, 80년 역사의 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게 되면서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이다.

테니스협회 채권자인 미디어윌이 잔여 채무에 대해 전액 탕감을 약속하는 공문.


단 미디어윌이 내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27대 곽용운 집행부와 미디어윌 소송전에 얽힌 진실을 협회 홈페이지에 백서 형식으로 공개하고 둘째, 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다. 이미 백서는 지난해 완성된 상태여서 당장 홈페이지 공개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관리 단체 지정. 대한체육회가 31일 이사회에서 관리단체 지정을 최종 승인하면 미디어윌의 46억 원 채무 청산은 없던 일이 된다.

따라서 테니스계의 눈과 귀는 체육회 이사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기흥 회장이 시도 대의원과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협회의 채무가 청산되면 관리 단체 지정의 명분은 크게 떨어진다. 재정적 문제가 관리 단체 지정의 첫 번째 사유였기 때문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테니스협회 선거를 중단시켰다. 이후 감사원 감사를 거쳐 테니스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지방 테니스협회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관리 단체 지정은 어른들의 싸움이지만, 결국 피해는 어린 선수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2년 전 간부의 횡령 혐의 등으로 관리 단체 지정을 경험한 김석찬 제주도 테니스협회장은 "관리단체 지정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관리단체가 되면 다치는 것은 어린 선수들뿐"이라며 "어린 선수들의 꿈을 짓밟으며 무엇을 이루려는 건지 모르겠다. 관리단체 지정을 재고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체육회 이사회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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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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