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인줄 알았는데 취득세 중과 '날벼락'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5. 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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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으로 분양권 산 청년
부모와 합가했다가 稅 폭탄
입주할 때 부모가 집 없어도
자녀가 분양권 살 당시 기준
부모 주택수도 취득세 적용
조세심판원은 정반대 해석

2년 전 분양권을 매수해서 올가을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잔금을 준비하던 무주택자 김 모씨는 세무사로부터 취득세가 6000만원가량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무주택자여서 기본 취득세율(1~3%)을 예상했는데 3주택자(비조정대상지역)로 8%가 적용된다는 것. 취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된 이유는 김씨가 분양권을 매수할 당시 2주택자라 분양권 계약 시점의 주택 수로 취득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사고 기존 주택을 다 처분했지만 '다주택자'로 규정돼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김씨는 "새 집이 안 팔려서 난리인데 정책은 옛날 그대로인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4년 전 부동산 상승장 때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징벌적 세제'를 폐지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정권 때 도입된 규제 일변도 정책이 아직도 시장에 남아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대 12%인 취득세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지난 정부 때 양도세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양도세 계산을 포기한 세무사를 일컫는 '양포세'가 등장했는데, 최근엔 복잡한 취득세 규정에 '취포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현재의 주택 취득세는 2020년 '7·10 부동산 대책' 때 만들어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투기를 막겠다며 다주택자 취득세 세율을 인상했다. 또 분양권 투기도 억제한다며 2020년 8월 12일 이후 취득한 입주권, 분양권 등도 주택 수에 포함했다.

분양권을 계약한 이후 세대를 합가하거나 분리하면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분양권을 계약한 이 모씨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2022년 12월 부모님과 합가했다. 올해 이씨는 3년 전 매입한 분양권 아파트가 준공돼 취득세를 내려는데 3주택자 취득세가 중과(8%, 비조정지역)된다고 들었다. 3년 전 분양권 매입 때 그는 단독세대 무주택자였다. 하지만 현재 같은 세대를 이루고 있는 부모가 이씨의 분양권 계약 당시 2주택이어서 3주택 취득세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주택 수는 주택 취득일 현재 동일 세대 기준이고, 그 세대의 주택 수는 분양권 취득일 당시 소유한 주택 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주택을 취득할 때 세대 기준으로 분양권 취득 당시 주택 수를 보고 취득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놔 실수요자들 혼란이 커지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1월 주택 취득 당시 세대를 기준으로 분양권 취득 당시 주택 수를 적용한 지자체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분양권을 취득할 때 단독 세대로 1주택이었던 청구인은 결혼 후에 그 분양권에 의한 주택을 취득했다. 청구인은 1세대 2주택으로 취득세가 적용될 줄 알았으나, 지자체는 청구인이 분양권을 취득할 때 현재의 배우자가 당시 1주택자였으므로 청구인을 3주택으로 보아 취득세 중과를 적용했다. 청구인은 분양권을 취득할 때는 미혼으로 단독 세대였으므로, 2주택으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는데 조세심판원은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병탁 세무사는 "행안부와 조세심판원 해석이 다를 경우 납세자가 개인적으로 경정청구를 해서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방수 세무사는 "주택 수를 소급 적용하는 것에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까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의 경우도 황당하다. 2주택자인 부모와 같은 세대를 이뤘던 박 모씨가 분양권 계약 후 세대 분리를 하면, 그 분양권에 의한 주택을 취득할 때는 취득세 중과 적용을 받지 않는다. 주택 취득 시점에 박씨는 단독세대였고 분양권 계약 때 부모가 보유한 2주택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 세금이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세금 회피를 위한 비정상적 대응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진다고 지적한다.

분양권 몸값이 뛴 요즘은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분양권을 지인이나 가족에게 판 뒤 다시 사오거나, 부부간 증여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분양권을 살 당시 다주택자였던 사람이 2~3년 후 그 분양권의 잔금을 내야 할 때 기존 집을 다 처분했더라도 과거 다주택자 기준으로 취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피하려고 무주택 지인에게 분양권을 전매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 되사오는 것이다. 부부간 분양권을 증여해서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도 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가격이 올랐으면 양도세가 복잡해서 못하겠지만 요즘 지방은 분양권이 대부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라 취득세를 덜려고 계약 시점을 새로 조작하기도 한다"고 했다. 정부는 징벌적 과세 완화를 약속했지만 야당 반대로 법 개정은 답보 상태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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