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소송’ 2심서 판결 뒤집혔다…“SK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 지급하라”

사진 | 뉴시스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국내 이혼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금액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를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면서 2017년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서울고법, 1심 뒤집었다

이날 항소심에서는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이 완전히 뒤집혔다. 1심 법원은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SK주식 가치 증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산정했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위자료도 1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대폭 올랐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생성 시점, 형성과정 등에 비춰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되므로 부부 공동재산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했다. ●SK 주가 급등

2심에서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오자 지주사인 SK 주가가 급등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 주식은 전날보다 9.26%(1만3400원)오른 15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들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지분 매입 경쟁을 기대하는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SK 지분의 가치가 약 2조 원인 만큼 일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SK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항소심 판결에 대한 최 회장 변호인단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특히,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하였으므로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스포츠동아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