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규제, 지금부터 EU 기준에 맞춰서 대비해야"
"국내와 EU 간 온실가스 산정 기준 차이점 이해해야"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2026년 시행을 앞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한국의 기준이 아닌 CBAM 기준에 맞춰 공급망 전체에 연결된 탄소배출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제조업의 특성상 공급망이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CBAM 대비를 위해 상생 협력하는 노력이 필수라고도 했다.
정서연 세아베스틸 차장은 3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EU-CBAM 중소기업 대응 정부 합동 설명회'에서 자사의 CBAM 대응 사례를 발표했다.
설명회는 중소기업의 EU-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인식 제고 및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관련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CBAM 배출량 산정방법 △CBAM 배출량 산정 실습 및 템플릿 작성방법 등 보고서 작성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 차장은 이날 선제적으로 CBAM을 대비하며 겪은 노하우나 준비 과정에서의 유의점 등을 공유했다. 그는 가장 먼저 국내와 EU의 온실가스 산정 차이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아베스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업체(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산정·관리하는 반면 EU CBAM은 배출 원단위 개념인 '탄소 집약도'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탄소 집약도는 생산량(t)당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말한다. 가령 A사가 지난해 5만 t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5만 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경우 한국 기준으로는 배출 총량인 5만 t을 EU 기준으로는 탄소집약도 1을 보고해야 한다.
정 차장은 "기존의 산정 기준이 사업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관리하는 개념이었다면 EU CBAM에서는 제품 생산에 직접 관련된 배출 시설(생산 시설)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산정하도록 한다"며 "즉 CBAM이 본격 시행되면 공급망 전체에 연결된 탄소배출량 관리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CBAM에서는 각 생산 제품별 개별 탄소배출량이 아닌 대분류 개념의 '품목군'(aggregated goods) 단위로 제품을 그룹핑(그룹화)해 탄소배출량을 산정·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차장은 "품목군이란 시행 코드를 다시 대분류로 그루핑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는데, 현재 (CBAM) 전환 기간 동안은 품목군으로 (배출량을) 산정해도 무방해 기업에 선택에 달려 있는 측면"이라며 "자사의 경우에도 수백 개의 제품을 생산하지만 크게 두 가지 품목군으로 좁혀 산정·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구입처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취합하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이에 그는 전반적인 공급망 차원의 탄소 관리를 위해서는 협력사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정 차장에 따르면 CBAM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구입 대상재(원료)의 탄소집약도도 수집·보고해야 한다.
정 차장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한국 기준은 기업을 기준으로 한 배출량의 총량인 반면 CBAM은 자사 뿐만 아니라 공급 업체에 대한 데이터까지도 합산해야 되는 구조라는 점"이라며 "데이터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이 기준이 제출하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따지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 정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EU 국가별 탄소집약도 예측 보고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검토하고 난 뒤에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제조업의 공급망은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탄소 관리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EU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6개 탄소 집약적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보고의무만 있는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BAM 대상 6개 품목을 수출하는 전체기업 중 73.5%에 해당하는 1358개 사가 중소기업이다. 해당 중소기업 중 355개 사는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출액을 EU에서 올리고 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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