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돌아온 나그네, 한화생명 CL 김상문 감독의 새 도전

박상진 2024. 5. 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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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출신으로 팀의 코치나 감독이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LCK가 프랜차이즈가 되고 난 이후 챌린저스 리그에서 선수의 육성까지 중요하게 떠오르면서 선수 출신이 감독이나 코치가 되는 길이 더욱 크게 열렸다.

작년 한화생명e스포츠 CL 팀 감독으로 익숙한 닉네임이 돌아왔다. 바로 '나그네' 김상문이 감독으로 합류한 것. 2015년 kt 롤스터 소속으로 LCK 결승은 물론 월드 챔피언십까지 진출했던 미드 라이너였지만, 시즌이 끝난 후 돌연 바람처럼 사라진 후 더 이상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나그네처럼 떠난 김상문은 다시 나그네처럼 돌아왔다. 감독으로 돌아온 김상문은 어떤 이유에서 다시 팬들 앞에 코칭스태프로 서게 됐을까.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한화생명e스포츠 캠프원에서 김상문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스프링 스플릿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정규 경기 일정 2위라는 성적을 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플레이오프의 경기력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스프링에서 우리 팀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잘 안 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즌 시작 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2015년 kt 롤스터 선수 생활 이후 그야말로 나그네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감독으로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됐는데, 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당시에 팀을 나오면서 게임 내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력도 예전만큼 나오지 못해서 심적으로 많이 지쳤던 거 같아요. 저는 활발한 성격에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교류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프로 세계는 냉정한 곳이잖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부담이 쌓였던 거 같습니다. 팀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거죠. 제 성격대로 하지 못하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도 쌓인 거예요. 저는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성격이 팀 생활에는 좋지 않은 쪽이었고, 팀에서 이 부분을 잡아주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지치다 보니 한 해를 하고 쉬고, 한 해 하고 쉬고, 이를 반복하니까 경기력도 나빠지고 저도 사라진 거죠.
 

그렇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두고는 한 해 고향으로 돌아가서 정말 편하게 지냈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하고 싶은 거는 다 하고 지내다가 시기가 되어 병역 의무를 마쳤죠. 그리고 그 사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코치 준비를 조금이나마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것을 준비한 건 아니고, 게이머를 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부분이 아직도 통하는지가 궁금했거든요.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치고 한 팀에서 테스트 제의를 받았는데 잘 통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스스로 코치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제가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당시에 주위에서 많이 추천했어요. 제 성격이 주위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고 격이 없기에 코치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그래도 확신을 가졌던 것은 첫 테스트를 보고 난 후였어요. 테스트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 방식이 충분히 통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코치로 시작할 팀을 찾았죠.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 3군 코칭스태프로 합류했습니다.

한화생명을 첫 팀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시에 비어있는 자리가 한화생명 뿐이기도 했고, 주위에서 저는 어디서나 기회만 잡는다면 금방 재능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리고 한화생명 사무국에서 저에게 신뢰를 보여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이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화생명에서 코칭스태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능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하늘이 도와주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들어가고 나서 지도한 선수들의 솔로 점수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 외의 좋은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2군인 LCK CL팀 감독을 맡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리그 코칭스태프를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을 듯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꼈습니다. 리그 코칭은 쉽지 않더라고요. 선수 하나하나의 성격과 스타일이 다르니까 거기에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 팀 단위의 피드백에서 서로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걸 하나로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선수들의 건강 관리까지 챙기면서 예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왜 예전 감독님과 코치님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나 하는 것들이 이해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친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육성하는 부분을 익히고 있는 거죠. 여기에도 능숙해지면 1부 리그인 LCK 코칭스태프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부분에 더 집중하는 듯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신뢰감이 정말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신뢰 관계가 깨지면 서로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거든요. 신뢰감 형성을 위한 첫 단계가 서로 친해지는 거죠. 서로 거부감이 없고, 말할 때 거리감이 없어야 합니다. 서로 해야 하는 이야기는 솔직하게 하고, 거기서 절충안을 찾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신뢰감이 중요하기에 저는 선수들과 가능하면 잘 어울리고 많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게 작년 시즌에 좋은 효과를 봤거든요. 그래서 지금 방식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엄하게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선수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려 노력합니다.
 

LCK CL은 당장의 성적만큼이나 선수들의 성장도 중요합니다. 많은 의미를 가진 리그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육성할까요
CL 선수들의 가장 큰 목적은 성장해서 상위 리그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팀의 다섯 선수가 동시에 상위 리그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성적, 두 가지의 목표는 결국 리그 우승이라는 곳에서 교차합니다. 리그 우승도 노리면서 가능성 있는 선수도 동시에 찾아야 하고요. LCK는 우승이라는 한 가지 목표가 있지만, CL은 여러 목표가 있다 보니 저도 어떤 것을 우선으로 두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결국 리그 우승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제가 맡은 선수들 모두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팀의 로스터 변동이 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작년 서머가 그랬죠. 이 시기 팀 운영은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그때 CL팀의 흐름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을 하긴 했는데, 당장 그리즐리가 올라간다고 해서 팀의 성적에 문제가 생길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리즐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거고, 저도 그리즐리의 LCK 경험이 결국 CL팀에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됐든 그 상황에서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책을 했던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약 1년 반 정도 감독으로 활동했는데, 지금까지 팀 성적에 대해 말해보자면 어떨까요
저는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된 플레이를 잘하는 것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미리 설계된 교전이나 오브젝트 교전, 혹은 상대의 흐름을 망치기 위한 소규모 교전 등 미리 준비된 플레이를 잘 한다고 생각하고 선수들도 자신 있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스플릿 들어서는 이러한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나왔습니다. 게임 내에서 준비된 플레이가 엉킨 이후로 우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자주 나왔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선수들도 이번 스플릿은 당연히 우승할 거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 돼서 아쉬워하고 있고요.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저나 선수들 모두 좋은 결과를 위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감독을 하면서 본인도 변화가 있었을 거 같습니다
선수를 할 당시에는 제가 감독이나 코치를 할 거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을 보면 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도 철이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요. 여전히 어떨 때는 게으른 모습을 보이기에 인간적인 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고쳐나가면서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대해주려고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지금의 일은 저의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성적도 더 잘 내고 싶습니다.

같이 팀에서 코칭스태프 일을 맡고 있는 정종빈 코치와는 어떻게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나요
정종빈 코치는 유능한 사람입니다. 코치 본연의 업무 외에도 선수들과 어울리는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너무 착한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팀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제가 엄하게 나갈 부분이 있으면 정종빈 코치가 선수들을 잘 추슬러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코치라고 생각하고요.

감독 일을 하면서 당시 코칭스태프가 생각났다고 했는데,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제가 까불까불한 성격이라 오히려 당시 이지훈 감독님과 오창종 코치님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 같아요.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저는 그때 철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두 분이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알게 되어서 지금이라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어느 팀에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고, 이런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졌죠. 지금도 좋게 봐주시는 한화생명 사무국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에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코칭스태프로 다시 리그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요
너무 엄격한 지도자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선수들한테 친근한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언젠가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선수 때 이루지 못한 꿈이죠. 지금은 CL에서 감독으로 성장하고 있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 저에게도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로 믿습니다.

감독으로 돌아오면서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는데, 예전 팬들도 이를 보러 찾아왔을 듯합니다
정말 예전에 선수 시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CL 경기 날 찾아와 주신 걸 보고 놀란 마음도 있었고 감사한 마음도 있었어요. 현장에 오신 분들도, 멀리서 보시는 분들도 여전히 제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걸 알고는 예전의 일이 좀 후회되기도 했죠. 이렇게 길게 같은 마음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예전에는 내가 무엇이 힘들다고 쉽게 포기했을까 하는 후회도 많이 했죠.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시는 팬들이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저를 계속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부분에서 감동했죠.

인터뷰를 마치며 한화생명 CL팀과 본인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라는 팀, 그리고 저라는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이번 스프링 결과는 조금 아쉬웠지만, 서머 때는 더 노력해서 꼭 리그 우승까지 도달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화생명 팀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서 모두 행복한 순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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