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4조' 재산분할 판결에 SK 당혹…"대법원서 바로잡을 것"(종합)
최태원 측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등 입증된 바 없어…모호한 추측 근거로 편파적 판결"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을 담당한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재산을 분할해 노 관장에게 약 1조 38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SK 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2년 1심은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2심에서 금액이 대폭 늘었다. 이혼소송 재산 분할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 총액을 4조 115억 원 규모로 보고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현금 분할해야 한다고 봤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지 않으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으로는 1조 4000억 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73%, 금액으로 약 2조 500억 원이다. 2심 판결에 따라 노 관장과 재산을 분할하려면 상당 규모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지분율은 25.57%이지만 지분 매각 시 경영권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SK㈜ 주식 매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상당액의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지분을 일부 정리하더라도 증시 일각에서 관측하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은 지난해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급심에서 저의 기여만큼 정당하게 SK 주식을 분할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며 "제 아이들 셋이 다 SK에 적을 두고 있다. 당연히 SK가 더 좋은 회사가 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비상장주식인 SK실트론 지분도 29.4% 가지고 있어 재계에서는 해당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LG 산하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5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2심 판결로 SK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했겠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은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예정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2심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정경유착을 언급, 이를 근거로 재산분할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편파적인 판결"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해 "1991년 경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며 "이외에도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SK는 당시 사돈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했으나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자 2020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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