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우주항공청 “시장 점유율 10% 목표” 포문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 포문 열어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가 구축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전 세계 사용자가 지난 4월 270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12월보다 50만명이나 추가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이 회사는 우주발사체 재사용 시대를 연 데 이어, 4만2천기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에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사용 우주발사체 ‘팰컨9’이 한번에 60기의 위성을 싣고 우주를 오가는데,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띄운 저궤도 군집위성만도 이미 5610기다. 머스크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별도의 지상 선로 없이 지구 어디에서든 빠르고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엑스는 다음달 5일(현지시각) 화성 탐사를 목표를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의 네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 시도에도 나선다.
스페이스엑스의 이런 활약상은 막대한 비용과 안보 문제로 정부가 주도해온 우주개발 생태계가 민간 주도로 재편되는,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이스엑스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과 영국의 원웹 등 미국·유럽의 민간 우주기업들도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개발에 뛰어 들며,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우주산업의 경제 규모는 이미 2022년 3840억달러(524조원)에 달했고, 2030년 5900달러, 2040년 1조1천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모건스탠리)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개청식을 하며 본격 출범한 한국 우주항공청(KASA·이하 우주청)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척박한 국내 우주산업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태양계 홍보대사이면서 나사의 화성탐사 임무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폴윤 미국 엘카미노대 교수(수학)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인류의 새로운 활동 영역인 우주는 국가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가상공간인 인터넷이 전 세계의 새로운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으로 영향력이 나날이 커가듯 우주 역시 그러할 것”이라며 “우주청 개청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달궤도 탐사선 ‘다누리’(2022년 8월 발사)와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2023년 5월)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5대 우주강국(미국·러시아·유럽연합·일본·중국)과의 격차는 아직 상당하다. 미국에 견줘 관측 기술은 10.5년, 탐사 기술은 11.5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우주기업 440여개의 매출도 2022년 3조6천억원으로 세계시장의 0.7%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이제 기초체력을 갖추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의 역량을 갖춘 상태”(윤영빈 초대 우주청장)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우주청 출범을 계기로 우주항공 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를 본떠 그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흩어져 있던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 관련 정부 조직을 일원화한 우주청을 개청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중점 지원에 나서게 된다.
향후 우주청이 우선하여 집중할 영역은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항공혁신 등 우주청의 핵심 조직인 ‘우주항공임무본부’ 산하 4개 부문(국)의 이름에서 드러난다. ‘재사용 발사체’나 ‘한국형위성항법개발’, ‘달착륙선’, ‘미래항공기’ 개발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우주개발 예산 9923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관련 예산을 1조5천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45년까지 약 10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7년 이내에 달까지 날아갈 독자 발사체를 개발하고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한 뒤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착륙과 동시에 유인 우주선을 만들겠다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우주 분야를 ‘10대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지만, 우주산업이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거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방효충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는 “우주개발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는 비교 불가한 측면이 있지만, 영국 같은 나라를 보면 독자 발사체가 없는데도 첨단 제조, 데이터 산업을 기반으로 우주시장에서 10% 점유율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우주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을 본격화하기로 한 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주개발과 관련해 주로 경제산업적 측면만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같은 ‘우주’로 번역되지만 인류가 진출한 달까지의 영역인 ‘스페이스’와, 전체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가 다르게 취급된다는 것이다. 실제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천문학 관련 조직은 우주청에 우주탐사본부 한 곳에 불과하다.
이경숙 천문연구원 정책부장은 “우주개발은 실제 계획을 수행하기 전 최소 20년 이상의 기초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2022년 2월 스페이스엑스가 태양 활동에 따른 대기 불안정 상황을 모른 채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다가 49개 위성 중 40기가 떨어져 버린 사건이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우주과학 분야의 기초연구가 탄탄해야 우주공학 쪽 성공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사 역시 자체 연구개발 기능을 두고 우주의 비밀, 지구 밖 생명체 탐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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