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기후 변화의 위험…'폭염 살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폭염 살인 =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20년간 기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지구촌 곳곳의 폭염 실태를 토대로 기후 변화가 몰고 오는 파국적인 결과를 경고한다.
원제목 '더위는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The heat will kill you first)에서 엿볼 수 있듯이 책은 기후변화의 영향은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살인적인 폭염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책에 따르면 2003년 여름 파리의 기온은 기록적으로 치솟는다. 8월 9일 낮 기온은 40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2주 동안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이들은 1만5천명에 달했다.
오랜 세월 기후 위기의 피난처로 여겨지던 미국 태평양 북서부 연안도 폭염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 여름 어느 날 24.4도였던 포틀랜드 시내의 기온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45.5도까지 치솟아 147년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스케이드산맥의 표면을 보호막처럼 덮고 있던 눈더미들이 사라지고 빙하가 녹아 토사가 섞인 물이 계곡에 소용돌이치듯 흘러내렸다.
폭염은 취약한 이들을 직격했다. 포틀랜드에 열기가 몰아칠 때 한 도시학자가 나무가 거의 없고 콘크리트투성이인 빈민가를 찾아갔더니 기온이 51.1도였다. 반면 녹지가 많은 교외 부촌인 윌래밋하이츠는 37.2도였다. 하지만 폭염이 만든 약육강식은 일시적이라고 책은 내다본다.
"이런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폭염이 더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테니 말이다."
혹자는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어컨은 이미 전 세계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기 사용량의 20% 수준까지 상승했다. 책은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수록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태우는 화석연료가 늘어나고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고 악순환을 지적한다. 에어컨은 열기의 위치를 바꿀 뿐 절대적인 냉각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전 세계에서 폭염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연간 50만명에 육박하며 2070년이 되면 2억명이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 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저자는 폭염이 말 그대로 인류를 죽일 것이라며 간절하게 결단을 촉구한다.
"부디 우리에게 지난 20년, 30년, 40년간의 화석연료 중독을 끊을 수 있는 지혜, 용기, 정치적 지도력이 있길 간절히 바란다. (중략) 책을 쓰면서 더위가 정말로 손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웅진지식하우스. 508쪽.
▲ 다크 넛지 = 로라 도즈워스·페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현대인의 판단이나 행동을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교묘하게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 넛지(Dark Nudge)를 분석하고 주체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조언한다.
책은 심리학의 여러 연구 결과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심리 조작은 전쟁이나 군사작전, 혹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와 결합해 실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기억을 지우고 정신을 프로그래밍해서 정신 장애를 교정하는 연구(예:세뇌)를 하도록 정신과 의사를 지원했으며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고문이 포함된 이른바 '강화된 심문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인은 일반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광고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알고리즘을 토대로 추천하는 여러 콘텐츠에는 인간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뒷받침돼 있으며 이들의 전략을 알지 못하면 부당한 설득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책은 경고한다.
책은 TV를 끄고, SNS와 거리를 두고, 일기를 비롯한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다크 넛지에 종속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포레스트북스. 54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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