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동 40년만' 원칙 깬 일본… 노후 원전 많은데 후쿠시마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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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세운 '원전 가동 기한 40년' 원칙을 사실상 허물었다.
가쓰다 다다히로 메이지대 교수는 아사히에 "세계에서 60년 넘게 원전을 운전한 경험이 없는데,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자연재해가 많은 편"이라며 "특정 지역의 사고 위험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은 채 운전 연장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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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원전 8기 가동 기한 60년으로 연장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 교훈 무너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세운 '원전 가동 기한 40년' 원칙을 사실상 허물었다. 지금까지 가동 연장을 신청한 원전에 대해 모두 최장 60년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부 지역은 노후 원전이 몰려 있어, '재해 대국' 일본에서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및 안전 대책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장일치로 허가… "미래 누가 책임질 건가"
30일 일본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전날 간사이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이현 다카하마 원전 3·4호기의 운전 가능 기한을 개시 이후 60년까지 연장하도록 허가했다.
규제위가 지금까지 가동 기한을 60년으로 연장한 원전은 다카하마 3·4호기를 포함해 8기로, 신청한 곳 모두 별다른 제재 없이 통과했다. 규제위가 안전에 대한 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린 셈이다. 아사히는 "심사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며 "방청석에서는 '이번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운전 가능 기한을 설정했다. 일본 사회에서 당시 사고로 원전에 대한 안전 문제와 탈원전 여론이 일자 이듬해인 2012년 법을 개정해 40년으로 제한한 것이다. 다만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 한해 20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원칙대로라면 1985년에 운전을 시작한 다카하마 3·4호기는 내년에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2045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아사히는 "원전 당국이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서만 허용하게 한 규제를 한 번도 막지 않고 모두 인정했다"며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정한 규칙이 무너진 것"이라고 짚었다.
노후 원전 10년 뒤 14기 더 늘어나는 일본
일본 정부가 원칙을 사실상 깬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2021년 개정한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공급 전력 구성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2%다. 도쿄신문은 "노후 원전 기간 연장을 고집하는 것은 원전 신규 건설엔 1조 엔(약 8조8,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노후 원전이 집중된 지역의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노후 원전은 배관이 고온에 오래 노출돼 균열이 커지고, 내부는 물과 녹으로 두께가 점점 얇아진다. 그만큼 방사선 노출을 막는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후쿠이현에서 40년 이상 가동을 허가한 원전은 5기로, 이 가운데 4기가 다카하마초에 집중돼 있다. 2034년엔 가동한 지 40년이 넘는 원전이 14기 더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지진 등 재해가 많은 지역의 노후 원전은 사고 위험이 더 크다. 지난 1월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 있는 시카 원전의 경우, 일본 정부와 재계가 재가동을 적극 추진 중이었으나 지진으로 변압기 손상 등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 지진 후 "만약 가동 중이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무섭다"는 지역민이 많았다.
가쓰다 다다히로 메이지대 교수는 아사히에 "세계에서 60년 넘게 원전을 운전한 경험이 없는데,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자연재해가 많은 편"이라며 "특정 지역의 사고 위험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은 채 운전 연장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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