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말라가 시내 야경. 저 멀리 말라가 대성당과 알카사바가 보인다. 스페인관광청 제공
말라가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항상 말라가는 활기차다. 필자가 스페인을 갈 때마다 말라가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도시의 색감이다. 곳곳에 있는 야자수와 스페인 전나무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말라가는 녹색의 푸르름이 밑바탕이 된다. 여기에 더해 코발트 빛 지중해와 와인 빛 석양이 함께 한다. 지상의 낙원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색감을 자랑한다.
이런 말라가의 느낌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바로 말라가 대성당이다. 스페인에 있는 여러 대성당처럼 원래 이곳은 알자마 모스크가 있던 자리였는데 성당으로 개조했다. 국토수복전쟁인 레콩키스타의 막바지 시점인 1487년에 가톨릭이 다시 말라가를 차지하게 되었다. 뒤늦게 몰려온 르네상스의 물결과 함께 16세기 초반 가톨릭 군주는 고딕 양식으로 성당 건축을 시작하였고, 18세기 무렵까지 계속 짓게 되었다. 오랫동안 짓는 바람에 대성당 외부는 고딕 양식으로, 대성당 내부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결합한 모습이다. 스페인의 대성당들이 그러하듯이 성전 건축에 드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전란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해서 여러 건축양식이 결합해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성당중 하나로 꼽는 말라가 대성당은 바로 앞면에 있는 파티오가 특징이다. 원래 모스크가 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말라가 대성당 야경. ⓒ Catedral de Málaga
스페인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레스토랑 엘 핌피(El Pimpi). 필자 제공
말라가 대성당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성당 옥상에서 바라보는 석양 때문이다. 옥상까지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는 성당이 스페인에서는 많지 않을뿐더러 석양의 풍경은 압권이다. 저녁 무렵, 말라가 대성당의 옥상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면 도시 전체가 황금빛과 와인빛으로 불탄다. 멀리 보이는 지중해 너머로 해가 넘어가면서 말라가 시내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코발트 빛이 점점 황금빛으로, 마지막에는 와인빛으로 변해가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말라가와 지중해. 필자 제공
알카사바와 로마 원형 극장의 입구를 지나면 말라가 사람들이 카페테리아 테라스에 앉아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중에서 스페인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레스토랑이자 필자가 말라가에 올 때마다 가는 ‘엘 핌피(El Pimpi)’에 꼭 방문해보시라. 문을 연 지 50년 남짓밖에 안 되었는데, 스페인에서 이 정도 역사면 짧은 편이다. 레스토랑이 처음 설립될 무렵부터 시 낭송회, 문학 토론회 등을 활발히 해와서 현지인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안달루시아, 말라가 요리와 와인이 유명하다. 원래 이곳은 와이너리로 출범했다. 식당 한편에는 영화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와인 오크통에 사인을 남겨놓았으니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