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인도 총리의 불경한 갈라치기 [코즈모폴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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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생활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에서 종교와 정치를 교묘하게 엮는 것이 인도인민당(BJP)의 이번 총선 '세일즈 포인트'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라훌 간디 대표는 "만약 평범한 사람이 모디 총리처럼 발언했다면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을 것"이라고 비판했고, 서벵골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신인 사람이 정치권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를 위해 사원을 짓겠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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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 국제뉴스팀장
“신앙과 일상생활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에서 종교와 정치를 교묘하게 엮는 것이 인도인민당(BJP)의 이번 총선 ‘세일즈 포인트’다.”
인도 언론 텔레그래프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사설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선거 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정치인이면서 최근엔 마치 종교인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그는 인도 내 힌두민족주의를 앞세워 표심을 모으겠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았다. 투표 종료를 엿새 앞둔 지난 26일, 인도 엔디텔레비전(NDTV)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파르마트마(신)가 나를 목적을 갖고 보냈다고 확신한다. 목적이 달성되면 내 일 하나는 끝나는 것”이라며 “내가 많은 일을 하도록 신이 인도한다. 모든 경험을 돌이켜 보니 신이 나를 보냈다는 점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라훌 간디 대표는 “만약 평범한 사람이 모디 총리처럼 발언했다면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을 것”이라고 비판했고, 서벵골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신인 사람이 정치권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를 위해 사원을 짓겠다”고 비꼬았다. 모디 총리가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인도인민당 내 확고한 ‘개인 숭배’를 구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국 가디언은 “많은 지지자가 인도인민당 지역 후보나 다른 내각들의 이름을 말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지난 1월 모디 총리가 직접 주재한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 ‘사원 봉축식’은 결정적 장면이었다. 인도는 힌두교도의 땅이 돼야 한다는 ‘힌두트바’ 정신이 공개적으로 선포됐다. 당시 무슬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혼자 이동하지 말 것, 무슬림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지 말자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종교나 민족, 성별 등 특정 정체성을 고리로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것이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이런 전략이 노골화됐을 때 사회통합은 멀어진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 바탕에는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도의 경제적 불평등은 2022~2023년 역사상 가장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소득은 전체의 22.6%, 상위 1%가 가진 자산 비중은 전체의 40.1%에 이르렀다. 마치 신정국가를 수립할 것처럼 종교를 이용하는 모디 총리 발언의 의도엔 치솟는 식량 가격과 실업률 등 일상적 현안 해결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가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23일, 모디 총리는 “(야당이 승리하면) 무슬림 같은 ‘침입자’에게 부를 재분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직접 나서 선동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불안의 징후’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하원 543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인도인민당은 직전 선거인 2019년 303석을 크게 웃도는 350석, 범여권 400석을 목표로 했으나, 평론가들은 선거 초반 투표율이 낮았던 점을 근거로 예상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총선 결과는 6월4일 발표된다.
우리는 이런 분열의 정치가 세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이미 ‘트럼프 현상’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미국과 인도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세계가 정상궤도에서 너무 멀리 이탈하지 않기를 바란다.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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