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개입에 ‘사서 고생’···무차입공매도 대책에도 늦춰진 공매도 재개
공매도 재개 시점이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전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빠르면 내년 1분기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정부가 불쑥 꺼내든 공매도 금지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는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속절없이 밀리는 공매도 재개 시점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지되는 공매도의 재개 시점이 이르면 내년 초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는 공매도의 순기능 측면을 고려해 6월 중 공매도 재개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내놨지만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면서다. 대통령실은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진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매수해 갚아서 차익을 보는 투자기법이다. 금융당국은 6월 말까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나서왔다.
문제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빨라야 내년 1분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될 뿐 재개 시점도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개발 시간은 1년, 단축하면 10개월 정도”라고 밝혔지만, 개발 상황에 따라 2분기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이 말하는 불법공매도의 재개 기준도 확실치 않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구축하는 시스템이 사후차단 방식인 만큼, 완벽하게 불법공매도를 차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 불법공매도 100% 차단을 재개 기준으로 내걸 경우 재개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불법공매도 차단이) 99%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론적으로 볼 때 100%가 가능한 시스템은 아니라고 봐야된다”며 “사후 처벌 강화를 고려할 때 지금 계획 중인 시스템 정도면 시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준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일부 개미투자자의 불만이 많으니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시스템이 다른 나라엔 없고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부 개인투자자 등의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에 따라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자본시장 선진화에 엇박자를 낼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결정을 할 때 인기 영합적인 것보다도 기능적인 면을 봐야하는데, 공매도를 없앤다는건 일부 개미투자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주가가 본연의 가치에 수렴하게끔 돼야한다는 측면에서 비정상(공매도 금지)이 정상화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과 공매도를 병행할 수 있었음에도 갑작스런 공매도 금지로 스텝이 꼬이면서 ‘사서 고생’하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 업계는 공매도 재개를 희망하는 가운데 우선 금융당국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이 규제 산업이다보니 당국에서 결정을 하면 군소리없이 따른다”며 “차입 공매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당국에서 한시적으로 막아놓은 상태인 만큼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증권사의 대차거래 수수료 수입은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수료가) 들어오기 어려워 다른 비즈니스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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