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최초 여성 대통령은 누가?···‘갱단 천하’ 오명 벗기 과제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열리는 멕시코 대선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과 야권연합이 모두 공학자 출신의 여성 후보를 내세운 상황에서 32개 주의 유권자 약 1억 명이 표를 던진다. 차기 대통령은 갱단과 마약 카르텔, 정치 테러가 난무하는 멕시코의 치안을 강화하고 이념·소득 양극화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최초 여성 대통령’ 타이틀 거머쥘 자는···두 공학도의 ‘맞대결’
멕시코 언론은 이번 선거를 ‘역사적 대결’이라고 일컫는다. 남성 중심 ‘마초’ 문화가 짙은 멕시코에서 유력 대선 후보 두 명이 이례적으로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인 집권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후보는 환경공학 연구원·정책전문가 출신이다. 유럽계 이민자이자 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그는 물리학 학사, 에너지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2007년 기후변화의 인과관계 등을 정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연구원을 지냈다. 2015년 멕시코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8년 멕시코시티의 최초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태양열 에너지 시설 설치를 골자로 하는 6개년 환경 계획을 발표하는 등 환경친화적 도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성 중립 교복 보편화, 퀴어퍼레이드 참석, 임신중지 합법화 지지 등 젠더 분야에서도 진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복지 프로그램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권의 주요 정책도 계승할 계획이다.
우파 야당 연합 ‘멕시코를 위한 힘과 마음’의 소치틀 갈베스(61)는 셰인바움보다 정책 경험이 적지만, ‘원주민’, ‘자수성가 사업가’라는 점을 부각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고, 농촌 여성들이 일할 때 입는 전통 의상인 우이필을 종종 입는 모습을 보이며 대중의 호감을 샀다. 어렸을 적 음식을 길거리에서 팔며 가족 생계를 도왔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갈베스는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스마트 인프라 시스템과 관련한 기술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고, 수익으로 아동 영양실조 퇴치와 원주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재단을 만들었다.
2015년 멕시코시티의 부촌인 미겔 이달고 구청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갈베스는 3년 후 국민행동당(PAN)의 비례 공천을 받아 상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갈베스도 이번 대선에서 ‘경제 성장’을 강조하며 기업 친화 정책, 국영 석유 회사 민영화 등을 공약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비록 보수정당 소속이지만 임신중지, 사회 복지 비용 지출 등과 관련해선 진보적인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지난 28일 발표된 설문조사업체 CEDE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셰인바움 후보의 지지율은 56%로, 갈베스(33.3%) 보다 22.7% 높았다. 중도좌파 시민운동당(MC) 소속이자 유일한 남성 후보인 호르헤 마이네즈(39)는 지지율이 10.7%로 당선 가능성이 작다.
국정과제 1순위는 ‘치안’
두 여성 후보는 모두 ‘치안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달 초 현지 업체가 실시한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꼽아달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공공안전, 부패, 폭력, 마약밀매 순으로 답했다.
멕시코의 치안 문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현지 싱크탱크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총선과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 현직 시장과 지방선거 후보 등 52명이 살해됐다.
멕시코의 치안을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 요인은 마약 카르텔이다. 멕시코에서는 높은 빈곤율과 맞물려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유통업이 번성하며 마약 카르텔이 성장했다. 멕시코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카르텔 해체에 힘을 써왔지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총알 대신 포용’을 슬로건 삼아 유화책을 펼쳤다. 2020년 멕시코 내 살인사건은 3만6000여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베스 후보는 “치안은 새로운 행정부의 핵심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경찰 월급 2만페소(약 161만원)를 보장하고, 검사·판사·방위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셰인바움은 청소년이 갱단에 들어가지 않게 이들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 방위군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마약 카르텔을 줄이겠다고 했다.
최근 중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하는 현상)’가 주춤하면서 차기 대통령이 난민·무역 등과 관련한 외교 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보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아르헨티나), 나이브 부켈레(엘살바도르), 호세 라울 물리노(파나마)가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남미에서 저무는 ‘핑크 타이드’와 오브라도르의 퇴임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2018년 12월 집권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는 임기 중 최저임금을 두 배 넘게 올리고, 적극적인 사회보장 정책을 펼쳤다. 또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기업가들과 종종 저녁 식사를 하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념이나 사회적 계층을 막론하고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그는 지난달 오라큘러스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66%를 기록했다.
치안, 코로나19 대응 면에서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 대상 범죄 건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범죄 피해 통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2020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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