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무기 밀수로’ 국경지대 장악”···이집트 격앙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를 장악하며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부에 진입한 지 하루 만에 라파 시내에선 시가전과 폭격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밀수 통로로 활용되어온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지대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곳에서 하마스가 무기 밀수에 활용해온 땅굴 20여개를 발견했으며,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수십기 역시 찾아냈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가 정기적으로 무기를 밀반입하는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해왔고, 하마스는 이곳에 테러 시설을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테러 시설’이 이집트 국경에서 불과 몇미터 떨어진 만큼 공습은 하지 않은 채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 코앞에 땅굴을 판 것은 “이스라엘군이 감히 이집트 영토 가까운 곳까지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이스라엘군의 통제 밖에 있었던 가자지구 내 사실상 마지막 구역이다. 알자지라는 이곳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시도가 “사실상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재점령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국경지대 장악은 이집트의 격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이 이곳을 장악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집트는 최근 이스라엘이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증강한 것은 1979년 양국이 체결한 평화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해 왔다. 양국은 평화협정에서 필라델피 회랑을 일종의 ‘완충지대’로 지정해 소수의 국경수비대만 배치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숫자는 상호 합의에 따라서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합의는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할 때까지 지속됐다. 이후 하마스가 2007년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필라델피 회랑의 가자지구 쪽 구역은 하마스가 통제해 왔다.
그러나 하마스 집권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작하며 필라델피 회랑에는 수많은 밀수 땅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땅굴을 파 이집트로부터 무기와 보급품을 밀수했고, 17년간 봉쇄 정책에 시달려온 가자지구 주민들도 가축부터 공산품, 건축 자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을 이 땅굴을 통해 들여왔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겠다며 땅굴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수년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 이집트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이집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국 언론에 “회랑에 밀수를 위한 터널이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작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며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군사적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라파 인근의 상황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경지대 점령으로 라파 군사작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알자지라는 전날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부까지 진격한 지 하루 만에 라파 곳곳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했던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에서도 나흘째 군사작전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탈 알술탄 지역으로 사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가던 구급대원 두 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라파에 진입한 이후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물자가 이전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으며, 가자 전역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8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번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의 전망이 나왔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투는 앞으로 최소 7개월 이상, 2024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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