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만원’ 강원FC 키플레이어 양민혁, 고등학생 맞아?…“다음 목표 안 세우고 힘닿는 데까지 뛸게요”

박효재 기자 2024. 5. 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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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에 다니며 이번 시즌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체결한 양민혁.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지금 그 나이에 이렇게 연속으로 90분을 뛴다는 게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 나이 때 이 정도까지는 못했다.”

선수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던 윤정환 강원FC 감독조차 양민혁(18)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강원이 지난 29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4 K리그1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양민혁의 활약을 앞세워 2-1 승리를 거두고 3년 7개월 만에 3연승을 달렸다. 양민혁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넣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민혁은 어린 나이에도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 우선 체력이다. 지난 1일 포항 스틸러스전부터 전북전까지 6경기 연속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직전 라운드 대구FC와의 경기는 불과 3일 전에 치러졌다. 양민혁은 경기 후 체력 부담은 없냐는 말에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래서 더 몸 관리를 신경 쓰고 잘 먹고 있어서 큰 무리는 없다”고 답했다.

판단력도 뛰어나다. 윤 감독은 양민혁이 속도를 살리거나 돌파를 해야 할 시점을 잘 찾아낸다고 칭찬했다. 특히 각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 머리 위로 차 넣은 선제골을 예로 들면서 “그렇게 때려 넣는 게 쉽지 않다. 노력하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민혁은 득점 장면 전에 김대우가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스루패스를 넣어주자 결대로 돌며 볼을 받아 스피드를 살렸다. 수비 뒷공간을 지나 골라인까지 볼이 흐르면서 상대로선 더욱 막기 힘든 상황이 됐다.

어떤 상대와 맞붙어도 주눅 들지 않는 담대한 성격도 장점이다. 윙어 양민혁은 전북전에서 현 국가대표 왼 풀백 김진수, 대표팀 승선 경험이 있는 오른 사이드백 안현범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대구전에서 맞붙은 풀백 홍철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양민혁은 “국대급 선배들과 경기할 때면 더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를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딱히 다른 생각은 안 한다. 몸 상태에 따라 돌파가 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강원FC 윤정환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윤 감독은 “힘만 더 붙는다면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혁은 “여러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 마크가 더 붙고 혼자 고립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럴 때 쉽게 플레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며 보완해야 할 점을 꼽았다.

양민혁은 전술적 활용도도 높다. 양민혁은 왼쪽 윙어가 주 포지션이지만 좌우 어느 자리에 세워도 상대 측면을 휘저으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왼쪽에서는 안쪽으로 치고 들어와 킬패스를 넣어주거나 직접 슈팅을 때리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팀의 스트라이커 야고와 이상헌 사이 공간을 오가며 상대 수비에 혼란을 준다. 오른쪽에 설 때는 좀 더 사이드라인에 가까이 서서 돌파 혹은 팀의 장신 스트라이커 야고에게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득점을 돕는다. 팀의 풀백 황문기, 윤석영과의 호흡도 모두 좋아 어느 자리에 세워도 어색함이 없다.

윤 감독은 상대 전략에 따라 경기 중에도 양민혁의 자리를 수시로 바꾼다. 이날 전북전에서 양민혁은 전반 오른쪽에 섰지만, 상대 오른 사이드백 안현범이 윙어처럼 높이 올라오자 왼쪽으로 자리를 바꿔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양민혁이 양 사이드를 흔들어주면서 스트라이커 이상헌(8골)과 야고(6골)의 위력도 살아난다. 이상헌은 무고사(인천)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 야고는 단독 7위에 올라 있다.

29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양민혁. 프로축구연맹 제공



양민혁은 현재 강릉제일고에 재학 중이다. 이번 시즌 준프로 계약을 맺어 오전에는 학교에 가고, 오후에는 팀 훈련을 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양민혁은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15라운드까지 전 경기에 출장했다. 출전시간(1151분)은 1000분을 훌쩍 넘겼다.

양민혁은 K리그1 데뷔전인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부터 도움을 올렸다. 겨우 만 17세 10개월 15일의 나이였다. 2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에서는 만 17세 10개월 23일 나이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자로 등극했다. 양민혁은 준프로 표준계약에 따라 현재 월 100만원의 월급만 받고 뛰고 있다.

이번 시즌 4골 2도움으로 자신이 세운 목표인 공격포인트 5개도 이미 넘어섰다. 양민혁은 “목표를 넘어섰기 때문에 다음 목표는 설정하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면서 “한 번쯤은 흔들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생각들을 잘 정리하면서 행동하고 있다. 크게 흔들린 적은 없었던 것 같고, 이대로 잘 유지해서 제가 한 단계 넘어선다면 힘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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