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50〉소외공포 FOMO와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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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많은 인류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구, 그 중에서도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최상위권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피곤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시경쟁, 구직경쟁 등 인생의 제 단계에서 많은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한국인에게 FOMO라는 새로운 공포가 등장했다.
만약 어떤 이가 '원영적'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놀림을 받거나 대화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지레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FOMO가 발동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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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많은 인류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구, 그 중에서도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최상위권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피곤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시경쟁, 구직경쟁 등 인생의 제 단계에서 많은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한국인에게 FOMO라는 새로운 공포가 등장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다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중요한 경험이나 기회를 내가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뜻한다. 비슷한 단어로 FOBO(Fear of better options)가 있는데, 더 나은 선택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거나 거부하게 되는 공포감을 일컫는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사람들은 정보로부터 소외되거나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빌 게이츠가 말한 '생각의 속도'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신호지연이 별로 없는 5세대(G) 셀룰러망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사회에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타인들이 선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혐오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인간이 생존을 위해 오랜 세월 형성해온 주변환경 감시의 습관이 현대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타인이 열광 또는 혐오하는 정보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듯 생존본능과 연계되어 있는 공포는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더 심해졌다. 독자 여러분은 소셜미디어상에 유행하는 '원영적'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펜과의 개인 메시지에서도 부정적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긍정적 기질을 감추지 못하는 걸그룹 멤버 장원영같은 기질을 의미하는 '밈'(인터넷상에 유행하는 아이디어, 행동, 스타일)이다. 만약 어떤 이가 '원영적'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놀림을 받거나 대화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지레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FOMO가 발동되는 순간이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챌린지'류의 행동도 젊은 세대일수록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유행이다. 이러한 유행은 대화의 소재가 되고, 그러한 소재에 낯설어할수록 뭔가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FOMO다.
이러한 FOMO의 대상에는 최신 휴대폰, 헤드셋(이어폰), 랩톱 등 IT기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첨단 제품의 얼리어답터(신제품 출시 초기에 구하는 사람들)들의 경우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규 출시 제품을 접하기 위해 해외에서 열리는 출시 행사에 참석하려 비행기를 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밤샘 대기후 '최신상' 제품을 손에 넣는 장면, 집에서 포장을 해체하는 장면, 그리고 첫 부팅장면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콘텐츠를 보면서 테크덕후들은 열광한다.
문제는 FOMO 발현 이후의 공허감이다. 새로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낡은 것이 된다. 설사 FOMO를 이겨내고 승리자가 되어 최신상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그 기쁨이 오래가는 것은 아니며,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FOMO에 기대어 저지른 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카드비 청구서로 날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남들의 동태에 아예 안테나를 접고 모른척하는 것도 어려운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이래도 두렵고, 저래도 공허한 현대인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극락도 락이다' '번뇌 멈춰'를 내세우며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뉴진스님'의 외침에 닿아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휩싸여 있을수록 FOMO의 리스크는 커진다고 지적한다. 오늘을 사는 삶의 방식을 되짚어볼 때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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