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군산형일자리 핵심기업, 전기 완성차 사업 접는다
군산정치권 “군산의 새 성장동력 기대, ‘군산형 일자리’ 용두사미로 전락”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지역상생형 일자리 사업인 '군산형 일자리'의 핵심기업인 명신이 전기차 완성차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완성차 사업 부진에 따라 사업 전환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9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하며 중국산 완성차 위탁생산 전문기업을 표방했지만, 인수 후 5년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명신의 사업 전환으로 전북 군산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군산형일자리사업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군산형일자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군산형일자리 사업은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비해 저조한 생산 실적과 더불어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 교두보 역할로 오히려 국내 전기차 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30일 군산시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명신 군산공장이 전기차 생산 실적 부진에 따라 전기차 완성차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사업에 손댄지 5년 만이다. 명신 측은 29일 사업전환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2024년 5월 22일부터 그동안 신사업으로 추진해 오던 친환경 완성차 사업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부품 및 자동화설비 사업으로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 위탁생산 실적이 수년째 부진하자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명신의 지난해 매출액은 1752억원으로, 2022년 2151억원보다 22.8% 급감했다. 올해도 부진을 타개할 만한 주문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명신이 최근까지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명신에 위탁생산을 맡기려던 외국 기업들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전기차 완성차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명신 측은 입장문에서 "2019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하며, 친환경 완성차 사업에 안착, 성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전기차 시장 둔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관세 증가 등 국내외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이로 인해 위탁사의 계약 미이행, 판매 감소 등 중견기업으로의 역량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신이 전기차 완성차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군산형일자리 사업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산산형일자리 사업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황폐해진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지난 2021년 2월부터 본격 시작됐다. 명신, 대창모터스, 에디슨모터스(현 KGM커머셜), 코스텍을 비롯한 자동차 중견기업 4곳이 참여했다.
1995년 설립된 명신은 군산 전기차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앵커기업'으로, 투자·생산대수·고용 측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 다른 참여기업인 대창모터스는 공장 준공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휴업 상태고, 에디슨모터스는 주가 조작 사건과 경영난을 겪은 뒤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KGM커머셜에 인수됐다.
주력기업인 명신이 전기차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군산 전기차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던 정부 계획도 휘청거렸다. 지난 3월말 1차 3개년 계획이 종료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사업 초기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성적표가 초라한 수준이다. 당시 10조원 대 경제효과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 속에 3년간 344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투자액은 목표 5412억원 대비 56% 수준인 3045억원에 그쳤고, 일자리는 530명으로 목표인 1700명을 한참 밑돌았다. 특히, 전기차 위탁 생산량은 약 4300대로 목표 물량 32만 대 대비 1.3%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막대한 지원금을 줘가며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이 아닌 중국 제품 판매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 군산형 일자리냐'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 등에서 반조립 상태로 버스나 트럭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내장재·전장·배터리를 조립해 생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참여 업체에 주어진 특혜는 막대했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업체들의 고작 284억원 투자에 '상생기금' 등 100억원 이상을 지원했고, 1인당 월 160만원씩 연간 12억원의 고용지원금도 줬다. 공장 부지는 새만금개발청이 공시지가의 1%만 받고 빌려줬다.
설경민 군산시의원은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위기에 처한 군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군산형일자리 사업이 결국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이제라도 군산시와 전북자치도는 참여 기업들의 이행사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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