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것이 '수원형' 쇼핑몰"…'타임빌라스' 간판 단 롯데몰
백화점-롯데몰 연계 강화에 중점
3층 '다이닝 에비뉴'가 코어 될 듯
수원의 주인
수원 롯데몰은 지난 2014년 오픈 이래 10여 년간 수원의 중심 쇼핑 구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20만 수원 시민에게 롯데몰은 수원의 대표 쇼핑몰이자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테마파크였고 온가족이 식사를 즐기는 먹자골목이었다. 수원 롯데몰보다 먼저 수원에 자리잡은 AK플라자 수원점은 유일한 경쟁자이자, 쇼핑 수요를 수원역으로 모아 주는 동업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원역에서 불과 2.6㎞,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화서역 인근에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수원'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타필드 수원은 오픈 한 달여 만에 200만명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스타필드 수원의 상징인 별마당 도서관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넘쳤다. 그간 수원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힙'한 브랜드들이 즐비한 스타필드 수원은 순식간에 1020의 성지가 됐다.
스타필드의 성공적인 수원 안착은 롯데에게 위기였다. 수원역 일대가 구시가지화 하면서 매출이 제자리걸음하던 상황에서 트렌디한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스타필드가 지척에 자리잡았으니 고객 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의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단순히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외관을 다시 꾸미는 수준이 아닌,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컨버전스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수원점이 롯데의 새 브랜드 '타임빌라스' 1호점으로 낙점된 이유다.
타임빌라스 수원
사실 타임빌라스는 지난 2021년 문을 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에 사용했던 이름이다. 당시 이슈였던 '자연친화적 아울렛' 콘셉트를 접목한 첫 매장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후 '타임빌라스' 네이밍을 사용한 아울렛을 열지 않았고 이 이름을 프리미엄 쇼핑몰의 브랜드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까 하다가 타임빌라스라는 이름이 직원들이 만든 이름이고,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의왕점도 몇 년 후에 타임빌라스 의왕점으로 전환할 계획인 만큼 연관성이 있어 타임빌라스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타임빌라스 수원점은 지난 2월부터 리뉴얼의 결과물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엔 나이키라이즈와 뉴발란스 컨셉스토어, 키즈복합매장 킨더스튜디오가 문을 열었고 3월엔 유통사 최초로 무신사 스탠다드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달엔 수원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푸드홀 '다이닝 에비뉴'가 오픈했다. 오는 8월에는 룰루레몬과 고든램지스트리트버거 등이 수원 지역 최초로 입점할 계획이다.
롯데가 밝힌 타임빌라스 수원점의 가장 큰 특징은 '컨버전스'다. 연결돼 있음에도 사실상 별개처럼 운영돼 왔던 백화점과 쇼핑몰이 서로의 장점을 교환해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백화점의 프리미엄 브랜드 구성을 쇼핑몰에 접목하고, 쇼핑몰의 트렌디함과 다양성을 백화점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핫플은 아닌데, 오히려 좋아
소프트 오픈일인 30일 방문한 타임빌라스 수원점은 '핫플' 그 자체인 스타필드 수원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별마당 도서관 같은 초대형 '포토존'도 없고 런던베이글뮤지엄이나 소금집델리, 슈퍼말차 등 줄 서서 먹는 핫플 베이커리·카페를 긁어모으지도 않았다. 스타필드 수원처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올 만한 요소는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준을 힙함이나 트렌디함이 아닌, 실제로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두면 타임빌라스 수원점의 리뉴얼은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3040 부모 소비자가 많은 수원의 특성에 맞춰 키즈 존이 있던 6층을 '킨더유니버스'로 묶어 넓혔다. 2040 수요가 높은 스포츠 카테고리는 경기남부 최대인 1300㎡ 규모의 나이키 라이즈 매장과 뉴발란스·아디다스 컨셉스토어로 응답했다.
가장 무게를 둔 건 3층의 다이닝 에비뉴다. 기존 3~4층에 흩뿌려져 있던 레스토랑을 하이마트와 토이저러스가 자리잡고 있던 3층 사이드로 몰아 동선을 정리했다. 입점 브랜드도 가로수길 맛집 콴안다오, 롯데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냈던 일본 돈카츠 맛집 분지로, 스시이세이와 롯데가 손잡고 만든 코노미스시 등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최근 쇼핑몰의 트렌드인 '보는 재미'를 강조하기보다는 실생활에 밀착한 쇼핑·식사에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다. 실제 롯데쇼핑에 따르면 리뉴얼 이후 스포츠·키즈 카테고리 매출은 이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화성, 오산, 평택 등 광역 상권 고객 매출도 150~300% 가까이 뛰었다.
다만 롯데가 강조했던 백화점과 쇼핑몰의 '컨버전스'는 생각만큼 느껴지지 않았다. 몇몇 브랜드가 자리를 바꾼 것만으로 혁신을 논하기에는 최근 백화점·복합쇼핑몰 업계의 변화 폭이 너무나 크다. 좋게 말하면 기존 고객을 고려한 안정감있는 리뉴얼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롯데의 보수적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리뉴얼로도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롯데쇼핑은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향후 선보일 프리미엄 복합 쇼핑몰의 기준으로 삼을 생각이다. 향후 송도점과 대구점에도 '타임빌라스' 브랜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타임빌라스라는 이름을 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 역시 추후 아울렛이 아닌 쇼핑몰 '타임빌라스 의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지금은 백화점과 쇼핑몰이라는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면서 "향후 리테일 채널의 성장을 쇼핑몰로 보고, 쇼핑몰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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