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올해 계열사 자금 6500억 차입… “지주사 전환과 공사비에 투입”

박지윤 기자 2024. 5. 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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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토건 2690억, 중흥건설 3760억 계열사서 빌려
선월하이파크밸리 등 개발에 투입
연내 지주사 전환 마무리 자금 활용

중흥그룹이 올해 계열사들로부터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 말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완료하는 데 해당 자금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공사비 조달과 채무인수 등 사업 자금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다.

평택 브레인시티 중흥S-클래스 견본주택./ 중흥토건 제공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지난 24일 계열사들로부터 각각 600억원, 337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대출 기간은 3년으로, 만기일은 오는 2027년 5월 24일이다. 대출 이율은 연 4.6%다.

올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차입한 금액을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중흥토건은 지난 4월 중흥에스클래스에게 대출받은 400억원에 이어 지난 24일 60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또 올해 세종이앤지로부터 총 700억원을, 중흥산업개발에서는 총 990억원을 각각 세 차례에 걸쳐 차입했다. 중흥토건이 올해 계열사들로부터 빌린 자금을 합치면 2690억원 규모다.

중흥건설도 중흥산업개발로부터 지난 24일 1000억원을 빌렸고, 순천에코밸리와 중봉산업개발에는 각각 900억원, 1470억원을 대출받았다. 앞서 중흥건설은 중흥산업개발로부터 지난 1월 290억원, 2월 100억원을 차입했다. 올해 중흥건설이 계열사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총 3760억원 규모다.

올해 1~5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중흥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차입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6470억원에 달한다.

중흥그룹이 계열사에서 60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온 가장 큰 이유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담보를 제공하고,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다.

특히 순천 해룡면 선월리 일원에 주거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흥그룹은 지난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 ‘선월하이파크밸리’ 주식회사를 세우고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월하이파크단지 조성사업은 순천시 해룡면 선월리 일원 96만㎡ 부지에 사업비 3665억원을 들여 5000여가구 규모 주거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 22일 중흥건설은 선월하이파크밸리 책임준공 및 주식근질권을 설정하고, 중흥토건은 자금보충, 책임준공, 조건부채무인수 및 주식근질권을 설정해 2200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앞서 올 1월에는 중봉건설이 선월하이파크밸리에 45억원, 220억원을 대여해줬고, 순천에코밸리는 220억원을 빌려줬다. 지난 3월에는 중봉건설이 45억원과 100억원을 선월파크밸리에 대출해줬다.

또 중흥그룹은 지난해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올해 12월 31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상호출자 관계 해소 작업에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흥토건을 지주회사로 두고 2년 안에 이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수직 구조화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중흥토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간 주식 교환 또는 장외 처분을 통해 상호출자 구조를 없애야 한다.

일각에서는 중흥그룹이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건설 인수금융 9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을 계열사 차입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2021년 2월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통해 각 1조200억원과 1800억원을 4년 만기로 조달했다. 중흥그룹은 5000억원을 갚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흥토건은 7147억원, 중흥건설은 1785억원 총 8932억원의 차입금이 남은 상태다.

중흥그룹은 공사비, 운영비 등 현재 다양한 건설,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사업자금을 계열사들로부터 조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대우건설 인수금융 만기 상환일까지는 9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대출금을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3~4년 전에 전국 곳곳에 분양한 주택사업장 17곳이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이들 현장에서 분양 대금 30% 수준의 잔금을 받으면 계열사들에게 빌린 자금도 갚고,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건설 인수금융 상환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2월 말까지 공정위가 요구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지분 관계 정리도 모두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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