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 인하, 카드론 키운 주범" 올해 '적격비용 제도' 폐지될까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 참석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지용 교수는 "카드사들은 민간소비 감소에 따른 카드 이용 축소, 조달비용·연체 증가가 수익성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며 "여기에 최근 고금리 지속으로 조달비용과 단기대출자산이 증가해 향후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판 수익률도 지속 감소해 최근 0.5%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적격비용 제도와 연관된다"고 부연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인 '적격비용'을 근거로 각 가맹점의 매출 구간에 따라 수수료율이 붙는 식이다.
수수료율은 줄곧 인하된 가운데 2022년 한 차례 더 낮아졌다. 앞서 2022년 수수료율 조정을 통해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는 신용카드 0.5%, 체크카드 0.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외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1%, 체크카드 0.85%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25%, 체크카드 1%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1.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한국신용카드학회에 따르면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규모는 연간 1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앞서 2012년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는 연간 -3300억원, 3년 뒤인 2015년 조정 땐 -6700억원, 2018년엔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서 교수는 "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하고자 카드사들은 대출 공급을 확대, 자동차 금융 등 비카드자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비용은 절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 가맹점수수료 수익 감소에 대한 보전차원에서 카드 대출은 연평균 7%씩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잔액은 36조980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36조5026억원)과 비교해 4779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카드론 잔액 증가세 속 연체율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카드사들에게 골치 아픈 부분이다. 하나카드는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1.94%로 2%대에 바짝 다가섰고 같은 기간 우리카드는 1.46%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4%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 1.31%로 지난해 말(1.03%) 대비 0.28%포인트,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45%에서 올해 1분기 1.56%로 0.11%포인트 각각 올랐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합리적인 원가산정이라고 평가하기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 못하는 3년 주기 평가는 문제점이 있다"며 "2021년 이후 늘어난 조달·위험관리비용 등이 적격비용에 여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도 크다"고 짚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맹점단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운영 중인 적격비용 산정방식에 대한 재점검부터 근본적인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당초 개선안 발표 시점인 지난해말을 넘겨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서 교수는 "최근 고금리 여파로 연체율 급등하고 있어 대손상각비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시장상황 급변시 적격비용 결정시점과 이후의 비용수준간 높은 괴리율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서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개인회원 연회비율에 연동해서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가맹점 영업의 자율 권한 제고를 위한 카드 의무수납제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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