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윌, 테니스협회 채무 46억원 탕감 결정···‘관리 단체’ 지정 피할 길 열려, 31일 대한체육회 이사회 결정 ‘주목’
위기의 대한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 지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피할 결정적 실마리를 풀었다.
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회 김두환 위원장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자 미디어윌로부터 채무 전액 탕감을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테니스협회는 2015년 시작된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문제에 오랜 시간 발목 잡혀 있다. 당시 주원홍 테니스협회 회장이 새로운 테니스 메카를 기대하며 서울시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내 낙후된 코트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벌였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 30억원은 주원홍 회장의 친동생인 미디어윌의 주원석 회장으로부터 빌렸다.
이후 30억원이 워낙 커 협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2016년 김지식 테니스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미디어윌에 육사코트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 ‘대신 테니스협회에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다음 곽용운 회장 체제에서 절차 상의 이유 등으로 협약서를 무효화한 뒤 “협회가 직접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국 미디어윌과 협회간 ‘30억원 대여금 반환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테니스협회는 판결을 뒤집기 어려워지자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 법정 다툼의 재정적 부담까지 고스란히 테니스협회에 남았다. 원금 30억원에 법정 이자율(약 19%)로 붙는 이자로 한때 빚이 70억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2021년 9월에는 테니스협회 비품에 ‘압류 딱지’가 붙기도 했다.
다음으로 테니스협회를 이끈 정희균 회장은 미디어윌 측과 협상을 통해 기존 계약대로 육사코트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 원금 반환을 유예하는 대신, 이자를 먼저 갚기로 하면서 돌파구를 만드는 듯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역시 합의가 파기된 상태다. 테니스협회가 지금까지 갚은 금액은 28억5000만원이고, 아직 46억1000만원의 빚이 남은 상황이다.
미디어윌 측은 이날 최종적으로 테니스협회에 남은 빚을 모두 탕감해주기로 했다. 대신 2022년 정희균 집행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권, 채무 관계에 대한 정확한 결과 보고서(백서)를 발간하는 등 테니스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미디어윌의 이미지를 바로 잡는데 노력하는 것을 테니스협회로부터 약속 받았다.
김두환 위원장은 “협회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맡은 상황에서도 미디어윌 측은 협회가 어려울 때마다 압류를 풀어줬다”고 밝히며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 회장, 동생 미디어윌 조원석 회장의 결정으로 협회의 채무 전액을 탕감받은 점에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테니스협회는 각종 후원 계약으로 연간 20억원의 수입을 낼 수 있는 단체다. 앞으로 테니스인들이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협회 정상화로 보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일 관리 단체 심의위원회를 열어 테니스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을 결론 냈다. 31일 열리는 이사회 심의에서 테니스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이 최종 결정된다. 지난 2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테니스협회 임원과 시·도협회장과 면담에서 “추상적인 계획안이 아니라 6개월 안에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만 관리 단체 지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전달했다. 테니스협회는 미디어윌의 극적인 통큰 결정으로 일단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다.
하지만 테니스협회는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등을 안건으로 올린 대한체육회 이사회라는 마지막 변수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김두환 위원장은 “체육회도 테니스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을 철회하고, 회장 조기 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체육회는 그간 거액의 채무로 테니스협회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근거로 관리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두환 위원장은 “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가 됐을 때 법적으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인들은 이사회 장소에 미리 모여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침묵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제주도 테니스협회 김석찬 회장은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테니스 유망주가 받는다”고 호소했다.
31일 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 지정을 피하면, 지난해 10월 열리려다 체육회의 요청으로 중단됐던 제28대 협회장 보궐선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 테니스협회는 손영자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9개월째 운영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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