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된 기분” 김호중 측, ‘인권위에 경찰 제소 검토’ 왜?

인권위 진정하면 통상 3개월 걸려
전문가 “절차 흠잡아 죄 본질 희석”

경찰 조사 마친 김호중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후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 측이 조사 후 비공개 귀가를 허용하지 않은 경찰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진정을 내더라도 현재 진행되는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긴 쉽지 않지만, 가해자에서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인권위에 따르면 김호중 측이 경찰의 비공개 귀가 불허를 이유로 진정을 제기할 경우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위원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조사 방법 등을 정하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모든 사건은 개별적이어서, 해당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참고자료와 진술·정황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조사와 심의를 거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정이 접수되면 사건 조사와 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3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사건에 따라 더 길어지기도 한다. 또 인권침해가 인정될 경우 피진정인이 될 경찰에 구제조치나 시정·개선 등을 권고하게 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따라서 인권위 진정이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김호중 측이 인권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인권 침해 피해자임을 부각하려는 여론 관리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치에 절차적으로 흠을 잡는 것이 주도권 측면에서 나쁠 것이 없고, 열성 팬들을 다독이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죄의 본질이 희석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중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정문 앞에 취재진이 많다는 이유로 지하 주차장을 통해 귀가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6시간가량 귀가를 거부하던 끝에 결국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호중은 변호인에게 ‘너무 억울하다. 죄는 달게 받겠는데 먹잇감이 된 기분이 든다. 경찰이 이렇게까지 해서 저를 먹잇감으로 던져 놓아도 되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