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출혈 대신 혁신"… 경고장 던진 이복현

임성원 2024. 5. 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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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간담회서 공개적 압박
"보험민원, 금융업계 절반 차지
연말까지 과제별 개선안 마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보험업계의 끝없는 출혈 경쟁에 경고장을 날렸다. 금융당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두더기 잡기'식의 불건전 영업 행태가 지속하자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원장은 포화된 국내 보험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혁신 사업 모델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12개 주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의 미래 대비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혁신 성장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특히 "보험업계가 혁신 추구보다는 출혈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수 있는 '질적혁신', 신사업 발굴과 해외 진출 확대와 같은 '시장개척'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는 올해 보험사 CEO와 진행한 첫 간담회로, 이복현 원장을 비롯해 △차수환 금감원 보험부문 부원장보 및 서영일 보험감독국장 △생명보험 6개사(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신한라이프·동양) △손해보험 6개사(삼성·DB·메리츠·현대·KB·흥국) △유관기관(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해 간담회 이후 개선 결과를 점검하고, 보험권 당면 과제 등 업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보험산업 발전 방향도 함께 모색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보험산업이 국내 금융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통해 국민 경제에 기여한 반면, 다른 금융업권 대비 소비자 신뢰도가 낮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 민원은 4만9767건으로 전체 민원의 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보험산업이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포화 시장 내 출혈 경쟁으로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보험업계가 소비자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보험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보험협회, 연구기관, 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보험개혁회의'를 출범한 바 있다. 해당 회의를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과제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 후 내년 최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개혁회의에서 마련한 개선 방안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내부통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보험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 등 금융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그간 보험산업이 금융 시장에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장기 자금을 적시에 공급해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며 "최근 PF 연착륙 대책에 있어서도 보험업계가 기관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근 보험업권은 PF 시장 안정화 조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전제된 정상화 가능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의 신규 자금 공급을 통해 PF 시장의 자금 선순환을 돕는 마중물 역할에 나선다. 이 원장은 민간 차원의 수요 기반 확충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PF 정상화 지원에 대한 K-ICS(위험계수) 합리화와 PF 대출 전후 유동성 관리 목적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허용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보험사 CEO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개선 방안 마련에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안정화 및 펫보험 시장 활성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당국도 긴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보험사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건전한 경쟁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업계와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감독 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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