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살해 시도, 항소심서 징역 8년…“보복 당할까 매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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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8년이 피해자에겐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감옥에 있는 지금도 피해자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30일 오전 대구고법 앞, 신미영 대구여성의전화 상담소장은 재판장에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성욱)는 살인미수·상해·주거침입·폭행·특수협박·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ㄱ(37)씨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하고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해 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같은 혐의로 판결 선고를 앞두고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는 내부 장기 손상 등 중상을 입은 점 등을 고려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판결문과 피해자를 상담해 온 대구여성의전화의 말을 종합하면, 피해자 ㄴ(36)씨는 결혼 생활 7년 동안 남편인 ㄱ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다가 결국 이혼했다. 하지만 이혼한 뒤에도 ㄱ씨가 집과 가게 주변을 찾아오거나 때리는 일이 이어졌다. 폭행 등 혐의로 판결 선고를 앞둔 지난해 8월 ㄱ씨는 피해자가 사는 집 빌라 옥상에 올라간 뒤, 난간을 밟고 내려와 피해자의 집 베란다 창문을 몰래 열고 들어갔다. 피해자의 집에 숨어 있던 ㄱ씨는 ㄴ씨가 들어오자 ㄴ씨를 수차례 때리고, 주방 싱크대에서 흉기를 꺼내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원심에서 고작 징역 5년의 선고가 내려지자, 불안한 마음에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항소심에서 3년 더 징역 기간이 늘어나고, 원심에서 기각됐던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내려졌지만 신 소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정폭력 연장선에서 스토킹과 살인미수까지 이어진 중대한 사건인데도, 검찰 구형 만큼에도 미치지 못했고 피해자가 매일 느껴야 할 두려움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스토킹 범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신 소장은 “피해자가 주거침입과 살인미수 건으로 신고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가해자의 스토킹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함께 기소할 수 있었다.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더해졌다면 형량도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앞으로 가해자가 출소하면 언제든지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전향적으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