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시대속, 정통파 에드워즈가 주목받는 이유
무협 소설을 보면 가장 대비되는 세력으로 '정파(正派)'와 '사파(邪派)'가 언급된다. 특히 예전 구무협에서는 정파는 정의로운 집단, 사파는 비열하고 악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많이 묘사되는데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었나싶다. 이를 반영하듯 이후 나온 상당수 신무협에서는 그 경계가 많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주인공이 사파 혹은 마도에 몸을 담고 있는 작품도 적지 않게 만들어졌다.
최근 같은 경우에는 아예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 어디든 사람사는 세상이다'는 식으로 집단이나 사상보다 등장 인물들의 성향에 초점이 맞춰져 선악이 구분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비단 무협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부분은 여러 곳에서 통용된다. 오래전부터 행해오던 방식으로 발전해온 집단은 스스로를 정통이라고 자부하고, 그러한 색깔을 깨는 인물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10여년간 NBA는 이른바 ‘혁명가들의 시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리그에서 군림해오던 정통파 플레이어와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다른 뉴타입 유니콘 캐릭터가 일부 등장했고 그들이 리그를 지배하고 트랜드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의 시작은 스테판 커리(36‧188cm)로 부터 시작됐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뽑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인 때부터 상당한 유망주로 불리기는 했다. 하지만 사이즈가 큰것도, 운동능력이 특별한 것도 아닌 정확한 슈팅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이 선수가 팀에 4번의 파이널 우승을 안겨주고 심지어는 리그 트랜드마저 바꿀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커리 이전까지만 해도 3점슈터는 주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찢어내고 파괴적인 덩크를 펑펑 찍어대는 유형의 스윙맨이나 높이 혹은 힘으로 포스트를 지켜내는 듬직한 빅맨이 전형적인 히어로 상이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빼어난 BQ와 패싱감각으로 팀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 낄수있겠다.
슈터는 뒤에서 주인공을 지원사격해 주는 조연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상징 레지 밀러같은 케이스도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였고 그마저도 파이널 우승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했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슈팅 위주의 팀은 파이널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편견까지 생겨나기에 이른다.
때문에 커리의 등장과 활약은 많은 이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3점 슈터가 공격의 중심에서 오펜스를 지휘하고 그 외 나머지 멤버들도 조금의 틈만 보이면 거침없이 외곽슛을 쏜다. 더불어 그러한 방식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다른 옵션까지 파생시켜 공격범위를 넓혀나간다는 개념은 파격 그 자체였다.
프로스포츠 역시 역사가 오래될수록 보수적인 면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 다름아닌 성적이다. 커리의 파격이 트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결과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확실한 성적이 나오게되자 이는 단순한 반란을 넘어 또 다른 정통의 방식에 추가될 수 있었다.
현 리그 최고의 선수 니콜라 요키치(29‧211cm) 역시 유니콘 플레이어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커리가 슈터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면 요키치는 센터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백인센터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졌던 시기가 있었다. 아니 현 시대를 제외하고는 쭉 그랬다고 보는게 맞다.
사이즈 큰 선수는 많았지만 신장대비 운동능력에서 흑인선수에 비해 밀렸던 이유가 크다. 듬직한 체격을 바탕으로 이른바 몸빵에 집중하거나 키는 크지만 비쩍 마른 관계로 높이의 이점을 온전히 다 쓰지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1990년대 4대 센터처럼 사이즈, 운동능력, 테크닉을 겸비한 백인 센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아니 아직도 여전히…
하지만 부족한 운동능력을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테크닉, 센스 등으로 커버하는 빅맨들이 늘어가고있는데 특히 유럽출신 센터들이 그렇다. 요키치는 그 정점에 서있는 인물로 현 리그 최고 플레이어를 넘어 아직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센터들과 비교대상이 되고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유의 센스있는 움직임과 가감속능력은 부족한 운동능력을 120% 채워주고 있으며 슈터급 슛터치에 넓은 시야, 패싱센스를 앞세워 진정한 컨트롤타워의 위력을 과시중이다. 특히 패싱능력같은 경우 센터치고 잘하는 수준을 넘어 포인트가드 아니 제이슨 키드, 매직 존슨 등 역대급 패스장인을 소환하고있을 정도다.
커리, 요키치에 이어 리그를 지배할 차세대 후보중 선두주자는 단연 ‘프랑스 괴수’ 빅터 웸반야마(20‧223.5cm)다. 커리, 요키치가 슈터와 센터의 개념을 바꾸고 발전시켜나갔다면 웸반야마는 그냥 올 어라운드 괴수 후보다. 포지션조차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않다. 타고난 신체조건(신장+윙스팬)에 운동능력을 갖추고있으며 다양한 기술까지 장착했다.
웸반야마는 거리를 가리지 않고 공간이 비었다고 판단되면 주저없이 공격을 펼친다. 특히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은 아주 무서운 무기다. 슛 타이밍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타점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수준인지라 대놓고 앞에서 던져도 멍하니 쳐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그날 경기의 슛감이 안 좋기를 바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말도 안되는 높이는 대부분 공격에서 플러스로 작용한다. 어지간한 선수는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패스를 연결해도 앨리웁 덩크가 가능하며 골밑에서도 일단 자리를 잡고 공만 받으면 한골 적립이다. 호리호리한 체구로 인해 몸싸움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지만 대신 기동성이 있는지라 활발하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공격을 하거나 블록슛을 성공시킨다.
그래서일까. 이같은 유니콘 플레이어의 등장을 리그의 발전으로 평가하면서도 과거의 향수가 짙은 정통파에 대한 갈증도 더불어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마이클 조던같이 강력한 운동능력을 앞세워 과감하게 림어택을 감행하고 조금의 빈틈만있으면 슛을 꽂아넣는 에이스 스윙맨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유럽파의 강세때문인지 이왕이면 미국 국적의 히어로를 원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에이스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잘 성장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면에서 아메리칸 정통파 히어로의 요건을 두루두루 충족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최근의 분위기는 에드워즈에게 분명 호재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팬과 미디어의 폭발적인 지원이 함께 할 수 있다. 현재 치열하게 진행중인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의 분전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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