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2년 + 본과4년 틀 깨고… ‘교육과정 혁신하는 의대’에 인센티브”[현안 인터뷰]
대학이 자율로 교육과정 디자인
의과학자 양성 등 더많은길 열려
의대 지역인재 선발에도 당근책
올해 51% → 내년 60%로 늘어나
지역·필수 의료개선 이끌어낼것
각대학 실습실 등 시설개선 속도
인프라뿐 아니라 커리큘럼 개선
목표치 뛰어넘은 ‘무전공’ 확대
사교육 의존 않도록 정보 제공
“27년 만에 의대 정원 증원이 확정된 지금, 의대 교육 선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대학이 ‘예과 2년+본과 4년’ 틀에 갇혀 있는 의대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설계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습니다. 2025학년도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60% 수준까지 높아졌는데, 대학의 선발 노력을 지원해 이를 더 끌어올리겠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30일 내년도 각 대학의 입학전형 세부사항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대 교육 과정을 선진화하는 의대에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필수의료 특별회계’와 교육부 소관 대학지원 예산 등을 통해 마련되며 구체적인 규모는 관계부처 간 협의 중이다. 이 부총리는 의대 증원과 함께 2025학년도 입시부터 크게 늘어나는 무전공(자율전공) 선발, 대학 지원에 쓰이는 고등교육 특별회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교육 현안에 대해서도 이날 의견을 밝혔다.
―대교협이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면서 27년 만에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다.
의료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 의대 정원 문제인데 이미 확정됐다. 이제는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서 어떻게 의학 교육을 선진화해 갈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넉 달째를 앞두고 있는데, 교육부 장관으로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 입게 되는 피해와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에 있는 현충탑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공격에도 환자를 돌보다 숨진 의료진을 기리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이러한 선배 의사들의 높은 직업윤리와 책임감을 본받고 학교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
―내년 의대 정원이 올해보다 1500명 넘게 늘어난 만큼, 대학들이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늘렸다.
내년 의대 증원이 확정된 대학들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보니 60% 수준이다. 2026학년도에는 61.8%로 늘어난다. 2024학년도에는 51.7%(전체 의대 모집정원 1983명 중 1025명)였던 것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의 지역 인재 선발 노력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인재 선발 계획을 제안하면 교육부가 특구로 시범 지정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대학들이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형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확충하고 의대 교육과정에서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경험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의대 증원을 계기로 의대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지역거점국립대는 다 방문했는데, 100년 된 건물도 있고 실습실이 굉장히 낡아 제대로 보수가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시설 개선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걸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그동안 이뤄지지 못했던 투자를 서둘러 하겠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이 협의해 국립대병원 의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 늘리겠다고도 발표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의대교육 선진화 계획이 추진될 것이다.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중요한데, 커리큘럼이나 교육방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부에서 이미 하고 있는 글로컬대학 30사업과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체제가 모두 지역 대학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취지인데, 이 역시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의 방향과 부합한다.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각 대학이 예과 2년 본과 4년 틀에 얽매이지 않고 6년 의대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각 의대가 개선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보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선진화하게 된다. 각 대학이 (지역기반 의학교육과정 마련 등을) 제안하게 될 거고 필요한 경우 정부가 충분히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 의료 쪽에서도 디지털 기술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교육과정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각 대학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더불어 학생 선발부터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에 남을 인재들을 뽑는 데 대해 대학들도 고민이 많은데 이런 노력을 지원하겠다.
―의사과학자 양성 차원에서 의대 학부에 의과학과를 신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의대 6년 교육과정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기 때문에 과학 관련 과목을 많이 이수한 학생들이 의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별도 트랙을 두지 않더라도 서울대 등에서 지금 체제 내에서도 충분히 과학자 양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카이스트, 포스텍 등 이공계 특성화대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은 학부 차원의 의과학과 개설과는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계속 논의를 해 나가야 된다.
―대입에서 이공계 수험생의 의대 지원 쏠림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의대 진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인력에 대한 기업 수요가 늘고 있어 이공계도 학생들에게 앞으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공계 대학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을 더 개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스타이펜드 제도’로 직장인처럼 월급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가 협의 중이다.
―각 대학의 의대 증원뿐 아니라 무전공(자율전공) 선발 확대도 2025학년도 대입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각 대학이 제출한 내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니 정부가 생각했던 수준을 넘겨 29%에 육박했다. 다만 수치에 매몰된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무전공 선발 확대에 따라 수반돼야 하는 시스템 변화에 대해 대학에 안내하고 지원하는 쪽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대학이 기존 학과 중심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학생 관리 체제를 갖추고 학생의 수업 선택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대입에 여러 변화가 예고돼 있는데, 학생들이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교협에서 공공입시상담을 확대할 계획이고 EBS도 올해 모의평가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직후 브리핑을 실시해 출제 경향을 분석한다. 2028학년도부터 수능에 새롭게 출제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도 올해 중 공개해 학생들이 변화한 수능을 안심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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